매일신문

하반신 마비로 암벽등반 도전…장애극복 박종숙 씨

척추후만증으로 인해 신장 144㎝, 체중 45㎏의 왜소한 체격을 가진 박종숙(59'의성산악회) 씨는 5년 전부터 정상인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클라이밍 대회에 출전했다.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대회 때마다 아쉬움은 남는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스포츠클라이밍에 입문해 그동안 공들여 연마한 자세가 나오는지 시험대 위에 올려보는 집요함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다.

박 씨는 두 살 때 큰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기적처럼 생명은 건졌으나 그 후로도 고비와 시련은 끊이지 않았다. 홍역과 척추결핵으로 힘겨웠던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내며 유약한 몸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이라곤 마당에 있는 감나무를 오르내리는 것이었다. 병마가 덜할 즈음 박 씨는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인천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해 나갔다. 객지생활이 무료해지고 힘들던 날, 산을 좋아하던 그는 어느 날 용기를 내어 선인봉을 찾았다.

"선인봉을 암벽등반하는 클라이머를 보니 신기하면서도 부러웠죠. 나도 할 수 있을까."

기본기도 없는 신출내기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열정만 믿고 아픈 것도 잊은 채 반창고와 파스가 떨어질 날이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스포츠클라이밍에 빠져들었다. 무더운 여름 스펀지를 대고 배낭을 메 도 굽은 허리는 성할 날이 없었고 흠씬 얻어맞은 듯 삭신이 쑤셨다. 지인의 소개로 산을 타면서 삶의 행복을 느껴가던 35세 때. 노총각에게 시집 온 천사 같은 아내와의 행복도 잠시였다.

그에게 하반신 마비가 찾아왔던 것. 병원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늦었다는 말뿐이었다. 박 씨는 진료실에 주저앉아 의사에게 '낫게 해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박 씨의 딱한 사정에 담당의사는 "원한다면 수술은 해주겠다. 대신 재활은 알아서 해라"는 답을 얻은 후 어렵게 수술했고 1년여의 재활운동 끝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요양을 위해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 근처인 경북 고령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박 씨는 대구등산학교 정규반, 암벽반, 동계반, 장년반을 두루 거치면서 졸업하고 모범상을 2개나 받았다. 최근 인근 고령 암장을 개척해 혼자 잡초 제거부터 쓸모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집 근처에서 매일 근력운동을 하고 틈만 나면 손수 만든 운동기구로 짬짬이 스포츠클라이밍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박 씨는 "나의 스포츠클라이밍 도전기를 통해 다른 장애우들에게도 삶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김태양 시민기자 sun033rio@nate.com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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