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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세상을 등진 한 남자, 비버 인형으로 새출발

이번 주에는 할리우드의 모범생 '조디 포스터'가 감독을 맡고 세계적인 스타 '멜 깁슨'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비버'가 관객들을 맞이한다.

한때 잘 나가던 장난감 회사의 경영자이지만 심한 우울증으로 가족들과 별거에 들어간 '월터'(멜 깁슨)는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지만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비버인형이 말을 걸면서 실패하게 된다. 이윽고 잠에서 깨어난 월터에게 비버인형은 남자의 인생을 구하러 왔다고 말한다. '말하는 비버인형이라니?'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월터가 비버의 입을 빌려 복화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객이 알게 되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비버 손인형을 팔에 끼우고 자신의 집을 다시 찾는 월터의 모습에 별거한 가족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하고 어린 아이인 막내아들만이 이를 재미있어 한다. 큰아들인 '포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경멸하지만 스펀지처럼 닮아 있는 자신의 모습 역시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비버인형 덕분에 자신감을 되찾은 남편의 모습에 아내(조디 포스터)는 기뻐하지만 차츰 '비버'가 남편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마침내 월터는 비버인형에 의존하다가 점점 비버 자체가 되어가고 결국 비버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월터와 마찬가지로 아들인 포터 역시 동급생인 '노아'와 만나면서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우울증이나 상실의 감정이라는 것이 자신의 틀에 다른 사람을 가두려는 주위의 시도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본인 스스로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가두려는 행위에서 오는 것인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드라마이면서 칸국제영화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된 이 작품은 매끄럽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월터가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계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에 관한 부분이다. 일부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월터에게 삶의 위기가 찾아온 지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제시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다.

또 하나의 감상포인트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조디 포스터의 연출력이다. '양들의 침묵', '의뢰인' 등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배우가 감독을 맡은 작품이 연기만큼 그 빛을 발 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영화의 연출과 동시에 주연을 맡는 것도 모자라 이야기 속 완구회사의 '부사장'으로도 출연해 1인 2역을 소화한다.

한편 하이틴 스타들의 등장은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으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큰아들 역할의 '안톤 옐친'은 '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을 통해 이미 국내에서도 익숙한 얼굴이고 상대역인 노아역의 '제니퍼 로렌스'는 최근 개봉한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과 함께 빠르게 팬층이 늘어날 전망이다.

배급사의 영화 홍보는 무게있는 코미디라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진중한 드라마가 훨씬 강한 해당 작품에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주말 극장가의 박스오피스를 기다려본다. 상영시간 91분, 12세 관람가.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ksr@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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