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가도는 순항이다. 2004년 천막당사로 한나라당을 구한 '구당'(救黨)의 2012년 버전이다.
이제 당내에서 박 위원장 앞에 놓인 걸림돌은 없다. 친이계의 조직적인 방해도 없다.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이 완벽한 '박근혜당'으로 전환됐다.
명성대로 4'11 마운드에 오른 박근혜의 '부활투'는 역시 빛났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뚜껑을 여니 확연히 달랐다. 300석 중 152석.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19대 국회도 새누리당 우위다. 18대 국회의 한나라당이 친이계와 친박계의 연합군 성격이라면 19대 국회 새누리당은 친박 일색으로 분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8대보다 대오가 훨씬 잘 갖춰진 셈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의 위기가 본격화됐다. 수도권 민심이 새누리당을 등지면서 총선과 대선 전망은 어둡기만 했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코너에 내몰린 시점에 박 위원장이 등판했다.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정강과 정책도 바꿨다. 정치'정책 쇄신도 도모했다. 야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개혁 성향 정책들을 쏟아냈다.
선거전이 본격화된 뒤 전국을 돌아다닌 지원유세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적진인 호남까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국 7천800㎞의 강행군을 해냈다. 서울과 부산을 18차례 왕복한 거리다. 야권의 MB 정권 심판론이 먹혔고, 노풍(盧風)까지 부활하면서 새누리당이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란 예측을 보기 좋게 극복했다. 분위기가 심상찮은 곳곳에서 러브콜이 터져 나온 이유다.
박 위원장은 텃발, 특히 부산경남의 노풍 차단에 적극 나섰다. 노풍의 진원지 부산에서 문재인 후보만 당선됐다. 탄핵 역풍 속에서 121석을 획득했던 2004년 17대 총선 때와 같은 양상의 역전 드라마는 그렇게 쓰였다.
'여성 수장'끼리의 대결에서도 박 위원장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를 완전히 압도한 모양새여서 민주당 등 야권은 대선 준비에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호남권을 뺀 전국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박 위원장이 새로운 정치지형을 그린 것도 야권으로선 큰 부담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처리를 '직접' 저지했던 충청권을 가져왔고,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수차례 강원도를 찾아 강원권의 야성(野性)도 되돌려놓았다. '박근혜의 힘'은 확장 일로에 있다.
총선 승리가 갖는 의미도 크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등장으로 위협받았던 '박근혜 대세론'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낙동강벨트를 기점으로 올라오던 바람도 차단했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 당내 잠룡과는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박근혜 새누리당'이 풀어야 할 숙제도 남겼다. 수도권이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8개월 안에 반드시 '수도권 민심'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발언으로 인한 반사 이익이 시간이 갈수록 약해진다면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선거운동 막바지에 터진 몇몇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의 추문은 선거로 종결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정치권은 '박근혜 대선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야권은 끈질지게 물고 늘어질 각오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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