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행소박물관 옆 정원에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한 나무에 서로 다른 꽃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 가지엔 복숭아꽃 같은 연분홍색이 화사하다. 왼쪽엔 매화처럼 하얀색을 띤 통통한 꽃의 방실거리는 자태가 눈부시다. 한 그루 나무에 핀 두 꽃이다. 지나는 발길을 절로 끌어당긴다. 사진을 찍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검게 굽은 투박한 가지와 미끈하고 곧은 가지가 서로 어울려 한 나무가 돼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다. 접(椄)붙이기 한 나무다.
접붙이기는 서로 다른 두 식물을 인위적으로 붙여 하나로 하는 재배기술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형태의 식물이 탄생한다. 이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자연스럽게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連理枝)와 다르다. 접붙이기는 다양한 식물에서 볼 수 있다. 접붙이기는 얻는 이익이 많다. 박과 수박, 호박과 고구마, 무와 양배추, 감나무와 고욤나무 접붙이기 등이 그런 사례이다. 나고 자란 환경은 다르지만 하나의 개체로 된 뒤에도 별 탈 없이 새 환경에 잘 적응, 상생(相生)하는 것이 식물들의 지혜다.
문제는 사람이다. 서로를 끌어안고 포용하며 어울리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적잖다. 특히 서로가 소속된 부류가 다르면 더욱 그렇다. 어둡고 알 수 없는 앞날을 위해 서로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사람과 같이 길을 헤쳐나가기보다 같은 색 옷 입은 자기네끼리만 손잡기를 좋아한다. 이런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11일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빨간색 새누리당 후보 27명이 싹쓸이했다. 왜 이럴까. 오래된 편갈림의 폐해가 낳은 유산이다.
편가림의 역사와 폐해는 '일본이 침략한다, 아니다'를 두고 조정이 동인(東人) 서인(西人)으로 찢어져 왜란에 대비 못 한 임진왜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동서 무리의 당(黨)은 핵분열, 무려 20개 넘는 파당으로 조선이 망할 때까지 계속됐다. 선조 임금의 피 끓는 피란지의 시 한 수가 이를 잘 말하고 있다. '관산의 밝은 달을 보고 통곡하고/ 압록강의 바람 소리 가슴을 찢는다/ 조정 신하들이여 오늘 이후에도/ 다시 동인 서인 타령을 할 것인가.' 이 슬픈 편갈림은 광복 후 어느 시기부턴가 특정 정당 지지로 변했고 이젠 고질이 됐다. 4월 13일(음력)은 임란 발발 420년이 된다. 총선 결과를 보노라면 계명대의 한 그루 두 꽃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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