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건축학개론' 그룹 미쓰에이 수지

첫 영화에서 '첫사랑 대명사' "운이 좋은 거죠"

이제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18).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는 '첫사랑의 대명사'가 됐다. 오해로 헤어진 뒤 15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어린 서연을 연기했다. 30, 40대 남성 관객들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더니 벌써 200만 명이 넘게 봤다.

많은 이들이 술자리에서 '아마도 내 첫사랑은 수지와 비슷했던 것 같아'라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한다. 그들의 첫사랑이 수지와 비슷할 수도 있지만, 아닌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지는 남자들에게 '수지=첫사랑'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지는 이 말이 싫지 않나 보다. "첫사랑 대명사라니 감사하죠. 너무 좋아요.(웃음) 무대 인사를 몇 차례 다녔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제 모습이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정말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수지는 이 영화를 만난 게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십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처음 시작하는 영화에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됐다"고 배시시 웃었다. "솔직히 처음에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재미가 없었거든요? 공감도 안 되고 주인공이 답답한 부분도 많았어요. 하지만 멜로 장르의 소소하고 애절한 것들도 있고, 납뜩이(조정석)가 웃기는 장면도 있어서 재밌었어요. 웃음과 감동, 재미가 함께 있는 영화인 거죠."(웃음)

'건축학개론'은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 데뷔를 한 수지가 처음으로 스크린에 도전하는 영화. "'드림하이'를 끝내고 내 연기가 너무나 아쉽고 화가 나기도 했다"는 수지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과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후 열정이 더 충만해졌다고 해야 할까. 당돌하고 털털한, 또 솔직한 서연을 너무 자연스럽게 '분출'했다. 그의 첫사랑 추억을 담아낸 걸까. 수지는 "서연이 자연스럽게 내 모습처럼 보이도록 연기를 했다"며 "과장되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제 첫사랑은 애매해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몇 명을 좋아하긴 했죠. 그런데 사랑은 아니었나 봐요. 사랑이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몇 번 해봤으니 시나리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주인공의 서툰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친구들과 지인들은 스크린 속 서연이 실제 수지와 비슷하다고 한단다. 현실의 수지가 약간은 좀 더 무뚝뚝한 편이라고 했지만 소위 말하는 '싱크로율'이 100%에 가까워 놀라는 이들도 꽤 많다. 잘 맞아떨어지는 배역을 맡은 영화는 잭폿을 터트렸고, 무대 인사에 가서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반응을 보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수지 부모님의 반응도 좋았다. 개봉 전까지 영화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부모님에게 하지 않아 걱정을 했지만 "두 분 다 관람 후에 무척 기뻐하셨다"며 까르르 웃었다. 엄한 아버지는 긴장하면서 보셨단다. "아빠가 무척 보수적이거든요? 극 중 술에 취해서 선배(유연석)한테 업혀갈 때 '이상한 장면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고 주먹을 불끈 쥐셨고 부르르 떨면서 보시더라고요."(웃음)

'건축학개론'은 9년이나 이용주 감독의 가슴속에 묻혀 있던 작품이다. 데뷔작인 '불신지옥'(2009) 훨씬 전부터 이 감독이 준비했던 작품이었지만 이제야 빛을 봤다. 투자 문제도 있었지만 배우들 캐스팅도 컸다.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게 수지였다. 이 감독은 수지를 처음 보고 "수지야, 내가 네가 크길 기다렸던 거구나!"라고 했을 정도다.

오랜 기다림이 있다면 그 기대도 큰 법이다. 이 감독이 오래 기다린 만큼 욕심도 많아 수지의 연기를 보고 다그쳤을 것 같다. 하지만 수지는 "감독님은 단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하게 했고, 책임의식을 심어줬다.

"대본을 열심히 읽었고, 집어삼키려고 했어요. 감독님이 생각한 것도 있고 제가 생각한 게 있었는데 두 사람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도록 노력했죠. 물론 제가 생각하는 감정대로 한 것도 많아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훨씬 좋은데?'라고 한 신도 있어 너무 좋았죠."(웃음)

지난해 신인상을 휩쓴 이제훈과의 호흡은 솔직히 처음에는 어색했다고 털어놓았다. "연기하기 전에 '고지전'도 봤고, 특히 '파수꾼'은 5번 봤거든요? 근데 ('파수꾼'에서 이제훈이 연기한) 기태가 너무 무서워 쭈뼛했어요. 걱정을 했는데 많이 맞춰주신 것 같아요.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애교도 많으시더라고요.(웃음) 시간이 흐르면서 어색함이 많이 없어졌어요."

수지는 미쓰에이의 '터치' 활동을 마감하고 중국활동에 들어갔다. 2010년 싱글 '배드 걸 굿 걸'로 데뷔한 이후 쉼 없이 달려온 그가 가수로, 또 배우로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제가 체력이 좋은가 봐요.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인데 소화하는 걸 보고 '왜 나는 쓰러지지 않는 거야, 너 미쳤니?'라고 스스로 물어볼 때도 있어요. 사람들이 무리하게 활동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니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죠. 한 번 쓰러져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버텨내요. 가족의 힘도 있고, 팬들의 힘도 크죠."(웃음)

다음에는 미치도록 슬픈 영화나 액션 영화, 공포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향한 열정이 끊이지 않는 듯하다. 수지가 지금 가장 원하는 일탈은 소박하기만 하다.

"(고향인) 광주에 못 간 지 오래됐어요. 친구들과 가족 만나러 가고 싶어요. 또 제가 노래방 가서 잔잔한 발라드 부르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노래방도 너무 가고 싶네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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