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성달의 톺아보기] 정감록과 금당실의 인물

난국일수록 이상향은 어떤 곳인가 하는 물음에 직면한다. 콜럼버스는 이상향 인도를 찾아가는 길에 신대륙을 발견했다. 영국의 청교도 102명은 이상향을 찾아 아메리카로 갔다.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에서 정신적인 시조(始祖)격인 아브라함도 하란에서 가나안 땅으로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을 찾아 나섰다.

한국인의 피안(彼岸)인 '십승지'도 그런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청학동'풍기 금계'예천 금당실 등 '정감록'에서 말하는 십승지는 병'기근'전쟁이 없는 삼재불입의 이상향이다. 흉년으로 인한 기근과 돌림병, 무기력한 정부와 절망스런 현실에 놓인 민초들은 정감록에서 희망을 얻었고 인간 평등을 갈망했던 민심은 홍길동전과 동학에서 위안을 얻고 호응했다.

금당실은 '고향의 봄' 노랫말처럼 복숭아꽃 살구꽃 피는 마을이고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부는 수양버들이 춤추는 들판이 있다. 임진왜란 때 이여송이 이곳 지세를 보고 큰 인물이 난다고 하여 오미봉에 쇠말뚝을 박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태어난 역사적 인물들은 이상을 품고 실천했다. 조선의 명재상 약포 정탁은 당대의 비주류인 이순신'곽재우'김덕령 등을 천거했으며, 이순신이 옥에 갇혔을 때는 죽음을 면하게 했다.

또 권문해는 옳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굽히는 일이 없어 사간(司諫) 시절 50여 명을 탄핵했다.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과 보물 '초간일기'(草澗日記)를 남겼다.

권오복은 무오사화 때 김종직의 문인이라 하여 극형에 처해져 예천 권씨 문중이 하회의 풍산 류씨보다 선비가문이라고 자부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정감록 마을 금당실 출신 인재들은 현재도 각계에서 활약한다. 언론인 김정모 씨도 이곳 출신이다. 그는 요즘 대학 강단과 CEO를 넘나드는 역동적 창조정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최근 관심사는 정의로운 국가와 공공(公共)정신으로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드는 것이다. 지천명의 나이에 이제야 하늘의 뜻을 알았는지 뜻있는 인사들과 동이 트도록 시대를 고민하고 역사의 진보를 논하는 그의 이력에는 영락없는 금당실의 정신이 녹아 있다.

안동시 역사 기록관'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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