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하오 통신] (73)'장상한품'(掌上韓品)

"상하이 젊은이들 한국 음식에 매료"

외국 여행을 떠나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것이 먹거리다. 중국의 경우 음식에 가미하는 샹차이(香菜)라는 독특한 냄새가 나는 향신료 때문에 고생하기 일쑤다. 특히 중국은 거대한 땅덩이만큼 수많은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 음식점에 들러 메뉴판을 보면 다양한 음식 종류에 이름 또한 생소해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다. 그래도 가장 우리 입맛에 근접한 음식을 고를 수 있는 방법은 음식 사진이 들어있는 메뉴판을 보는 것이 좋다. 음식 사진을 보면 그나마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음식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입맛에 맞는 중국 음식으로는 차오판(炒飯'볶음밥), 차오미엔(炒麵'볶은 국수), 쟈오즈(餃子'물만두), 춘쥐안(春卷'스프링롤), 탕추리지(糖醋里脊'한국의 탕수육과 비슷), 궁바오지딩(宮保鷄丁'닭고기 볶은 요리) 정도다. 특히 음식을 시킬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민물고기 요리다. 중국의 민물고기 종류는 지역마다 무수히 많으며 맛 또한 우리 입맛에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시키지 않는 게 좋다. 진하게 끓여 낸 육수에 각종 야채와 양고기 또는 소고기를 담가 살짝 익혀 먹는 훠궈(火鍋'중국식 샤브샤브) 또한 한국식 샤브샤브와는 다르기 때문에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훠궈는 만드는 재료나 지방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며 소스나 얇게 썬 양고기는 우리 입맛에 전혀 맞지 않다. 사천성 마라훠궈(麻辣火鍋)는 너무 맵기 때문에 웬만큼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도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반가운 우리 음식점도 발견할 수 있다. 상하이의 '장상한품'(掌上韓品) 식당이 한 예다. 상하이의 미식거리로 소문난 우장루(吳江路)에 가면 우리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우장루는 예전에 중국의 길거리 음식으로 소문난 먹거리 골목이었는데 지금은 커피점, 패스트푸드 등 젊은이들이 붐비는 현대식 거리로 거듭난 곳이다. 이 거리 한가운데 우리의 음식을 자랑하는 '장상일품'이 자리 잡고 있다. 식당 이름도 청나라 때 조설근이 지은 애정소설의 으뜸인 '홍루몽'(紅樓夢)의 여주인공을 일컫는 장상명주(掌上明珠'손바닥 위의 밝은 구슬)에서 따왔다.

식당 입구에는 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중국인들이 대기표를 들고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당에 들어가면 비빔밥, 김밥, 삼계탕 등 각종 한국음식을 한글로 쓴 메뉴판이 인상적이다. 이 식당을 차린 사람은 다름 아닌 강민 씨와 하나 씨라는 한국의 젊은이다. 4년 전 두 젊은이는 13㎡(4평) 남짓 좁은 공간에서 분식점을 시작해 현재 상하이에 4곳의 분점을 낼 정도로 성공했다. 두 사람은 하루 4시간 잠을 자며 한식의 중국화 연구에 몰두했다고 한다. 상하이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두부김치, 김치찌개를 즐기는 모습이 뿌듯한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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