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상을 꿈꾸다, 대구문화재단 선정 신진예술가들] <3>전통

지역 유일 25현 가야금 병창…고3 늦깎이 시작 피리 고수로

대구문화재단의
대구문화재단의 '2012 신진예술가 프로젝트-전통'에 뽑힌 신예 국악인 민정민 씨(왼쪽)와 임동원 씨.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문화재단는 '2012 신진예술가 프로젝트'에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신예 국악인 2명을 뽑았다. 그들은 각각 '북한 개량 대피리'와 '24현 가야금 병창'이라는 흔치 않은 분야를 개척하는 대구 국악계의 '프런티어'다. 전통을 살려나가려는 그들의 열정과 꿈을 들어봤다.

◆"가야금 병창 알리고파"-민정민

민정민(25'여) 씨는 목표가 뚜렷하다. 대구에 가야금 병창을 알리는 것. 대구에 연고가 전혀 없는 민 씨가 과감하게 대구에 터를 잡은 것도 그 일념 하나 때문이었다.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야금 켜는 모습이 무척 예뻐 보여 '가야금 병창'을 시작했다. 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취미로 배우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야금 병창을 전공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민 씨는 또래들과 달리 평소 국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서울국악예술고(현 국립전통예술고)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가야금 병창으로의 길을 걸었다. "가야금 병창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직접 판소리를 하는 거죠.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가야금 병창의 장점은 관객과의 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에요. 그냥 악기를 연주하면 공연 내내 악기만을 보지만 노래를 같이하면 관객과 눈을 마주칠 수 있어 소통할 수 있죠." 하지만 그만큼 연주보다 어렵다. 음역 안에서 노래를 맞춰야 하는 데다 목 때문에 오랫동안 연습도 못한다. 그런 이유로 가야금 병창 전공자들이 흔치 않다.

민 씨는 가야금 병창 중에서도 개량인 25현 가야금을 사용한다. 대구에서는 아예 25현 가야금 병창을 하는 이가 없고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25현 가야금 병창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국악을 쭉 해오면서 가끔 대중들은 몰라주는데 혼자만 발버둥친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요즘 전통음악이 시들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돌고 돌아 결국 전통으로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전통을 얼마나 대중화하느냐가 관건이죠." 현재 (사)가야금병창보존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민 씨는 9월에 지역에서 25현 가야금 병창 독주회를 열 계획이다. 민 씨는 일반인들이 가야금 병창이 국악의 주요 분야로 인식될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했다.

◆"피리 주축 관악앙상블 팀 만들고파"-임동원

임동원(29) 씨는 출발이 늦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국악을 시작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악을 처음 접했다. 우연히 시립국악단원이었던 지인의 피리 연주를 들었는데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오묘한 소리에 반했다. "한창 장래에 대해 고민할 때였는데 그 연주를 통해 저도 피리 하나로 평생을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재수까지도 각오했죠." 늦게 시작한 만큼 거의 식사 시간 빼고는 개인연습실에서 연습에만 몰두할 만큼 피리에 심신을 쏟았다. 너무 연습에 몰두한 나머지 입술이 풀려 말을 제대로 못 하기도 부지기수다.

임 씨는 1년간의 혹독한 노력 끝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때부터 또 다른 시작이었다. 대부분 예고 출신인 동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초가 약하다는 열등감에 시달린 것. 이로 말미암아 학교생활 초반에는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톤 연습이나 기초 연습곡 연주 등 개인지도를 별도로 받았죠." 그는 대학 시절 또 다른 도전을 감행했다. 바로 군대 국악대에 들어가는 것. 국악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2전 3기 만에 가까스로 붙었다. "육군본부 국악대에서 생활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어요. 전국 국악 전공자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까 각지의 국악 흐름이나 악기별 특색 등을 몸소 느꼈죠.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 시기였어요."

임 씨는 제대 후 서울에서 1년 정도 생활하면서 '북한 개량 대피리'를 중점적으로 익혔다. 북한 개량 대피리는 전공자가 많지 않은 악기로 대구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국악 전공자를 대상으로 임 씨가 직접 개인지도도 해줄 정도다. 임 씨는 이를 토대로 2008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북한 개량 대피리 독주회를 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피리라고 하면 단소나 대금 등을 생각하는데 피리는 그와는 다른 묘한 소리를 내죠. 악기는 작지만 소리는 기악기 중에서 가장 세죠. 하지만, 다루기가 어렵고 인내가 필요해 상대적으로 전공자는 많지 않아요. 실력을 계속 닦아 피리를 주축으로 하는 관악앙상블 팀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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