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동력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난 쾌거는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에 의한 것이라는 데 이설이 없다. 그런데 300여 년 앞선 한국의 조선시대에 이미 유인 비행체를 만들었다면 정말 놀랄 일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집대성한 백과사전류의 책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비차(飛車)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임진왜란 때 정평구란 사람이 비차를 만들어 왜군에 포위되어 진주성에 갇힌 사람들을 성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그 비차는 30리를 날았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비차'란 '나는 수레'로 사람이 타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말한다. 이규경보다 앞선 세대의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여암전서'에도 비차에 대한 언급이 있다. 실제로 KBS 역사 스페셜팀이 이 기록을 토대로 당시의 재료인 대나무와 광목 등을 사용해 비차를 복원, 시험비행을 시도한 사실도 있다고 한다.
이 비차의 모양이 나는 연과 같다고 하였는데, 결국 비차는 비행기와 같이 스스로 추진력을 가지고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받아 날아오르는 연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왜란 당시 진주성은 이 비차로 긴급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성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하니 놀랄 만한 일이다.
연은 예로부터 군사적인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년경 한신(韓信) 장군이 연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는 신라 선덕여왕 때 김유신 장군이 불을 단 풍연으로 민심을 수습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이 나라마다 연날리기 풍속을 낳았고, 나아가 비차와 비행기를 만들고 이제는 우주선으로 달나라까지 갈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13일부터 사흘간 의성 안계 위천 둔치에서 열리는 국제연날리기대회는 이 같은 인류의 원초적인 꿈이 한자리에 어우러지는 하늘 축제이다.
봄바람 꽃바람 연바람 속에 미국의 카이트(kite)와 중국의 펑정(風箏), 일본의 타코(たこ)를 비롯한 각양각색의 지구촌 연들이 의성 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300년 전 비차를 만들었던 겨레의 역량이 오늘 이 땅에서 세계인의 연(鳶) 축제를 이끌어낸 동인으로 부활했다면 과언일까.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