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재야 '댄스지존' 2인의 춤生춤死

힘들 때도 기쁠 때도 '슬로 고고 퀵퀵'…"춤이 있어야 삶에 생생

대구 출신 지르박 지존 유태국 씨가 자신이 직접 고안한 하바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설적인 춤꾼답게 모든 동작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대구 출신 지르박 지존 유태국 씨가 자신이 직접 고안한 하바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설적인 춤꾼답게 모든 동작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K-POP 등 실용댄스의 지존 전미정 JJ 댄스스쿨협회 회장과 현대무용 유망주인 딸 김홍주 양.
K-POP 등 실용댄스의 지존 전미정 JJ 댄스스쿨협회 회장과 현대무용 유망주인 딸 김홍주 양.

춤(댄스) 하면 제비나 날라리, 비행청소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시대는 이미 멀리 갔다. 88 서울 올림픽 때 마스코트 호돌이가 전 세계인을 맞이하던 쌍팔년 시대(1988년) 얘기가 될 수 있다. 지금 춤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전한 스포츠이자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난도 댄스를 추면 환호를 받게 된다. K-POP의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서도 댄스머신(지존)들은 특별 대접을 받는다.

대한민국이 영화 제목처럼 '쉘 위 댄스?'(Shall We Dance)에 푹 빠져들고 있다. 이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춤바람 속에 있다. 10'20대는 B-Boy, 30'40대는 재즈 살사 탱고, 그리고 50'60대 이상은 지르박 차차차 자이브를 즐기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전문적인 춤꾼이 아니더라도 춤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춤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봤던 시대(1960, 70년대)에도 대구경북 출신의 춤꾼들이 춤판에서 제법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인 '2PM'의 멤버 준수와 '샤이니'의 멤버 키가 대구 출신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대구의 자칭타칭 댄스 지존들을 만나봤다.

◆지르박의 지존, 유태국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유태국'을 입력하면 '대구 출신의 지르박 지존'이라는 내용이 뜬다. 그리고 화려한 스텝을 자랑하는 '일자 펜싱 하바 라인 댄스' 동영상은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한다. 절도 넘치면서도 사뿐사뿐 빠르고, 손동작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상대 여성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도 돋보인다.

대구의 한 이발소 주인의 상세 제보를 바탕으로 춤 선생 유태국 씨를 만나러 갔다. 현재는 대구 중구 적십자혈액원 인근 건물에 '유태국 스포츠댄스'라는 간판으로 13년째 대구 중년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대구의 유명 댄스교습소 강사들을 배출하는 사관학교 역할도 하고 있다.

지르박의 지존, 유태국의 라이프 스토리는 간단하게 이렇다.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나 9세 때 가출해 상경했다. 12세 때 구두닦이를 하면서 어깨너머로 본 춤에 제대로 꽂혔다. 이후로 춤의 세계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1950년대 말부터 추기 시작한 춤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멈춤이 없다. '춤생춤사', 춤에 살고 춤에 죽는 셈이다.

유 씨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1975년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1981, 1982, 1984, 1985년 전국무도선수권대회 챔피언이다. 또 1982년에는 세계무도파견선수권대회 라틴 모던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무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직도 가슴속 한(恨)으로 남아있다.

"춤이 퇴폐온상의 주범으로 몰리던 시절에 양지에서 춤을 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경찰은 저를 '제비족 왕초'로 보고 항상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감시했습니다. 만약 당시 순수한 춤이 아니라 다른 길로 나갔다면 오늘날 '유태국'은 없겠지요. "

지르박의 달인으로 불리는 유 씨는 모던 5종목(왈츠'빈 왈츠'탱고'퀵스텝'폭스트로트)과 라틴 5종목(룸바'쌈바'차차차'자이브'파소도브레) 댄스를 모두 수준급으로 소화할 뿐 아니라 로큰롤 댄스도 창의적으로 변형해서 출 정도다. 대구 중년 댄서들 사이에선 레전드급으로 불릴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때는 동촌, 백색, 아리랑, 백조 카바레와 양지, 삼육 등 지역의 유명 '회관'뿐 아니라 전국의 회관과 카바레를 돌면서 공연을 할 정도의 실력자였다.

유 씨는 과거 화려한 춤꾼으로서의 생활은 뒤로한 채 현재는 사교댄스 지도자 자격시험 심사위원, 건전한 댄스 보급, 춤 후배 양성 등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춤추는 모습을 보면 이팔청춘, 낭랑 18세다.

◆K-POP과 현대무용 모녀

춤 DNA는 속일 수가 없다. 20년 가까이 춤을 추며 또 춤을 가르친 어머니의 딸이 또 현대무용에 도전하며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모녀 춤꾼이다. 그 어머니는 대구에서도 알아주는 실용댄스의 달인이다. 실용댄스란 방송댄스 즉 최신 유행 K-POP 댄스를 말한다. 현재 대구에 4개 지부가 있는 JJ 댄스스쿨 협회장 을 맡고 있는 어머니 전미정(41) 씨와 각종 수상경력에 빛나는 딸 김홍주(15) 양.

댄스의 재능을 타고난 전 씨는 경명여고 재학 시절 무용 쪽에 관심을 갖고, 계명대 무용학과에 입학하면서 한우물을 파고 있다. 졸업 후 10년 가까이 차밍스포츠댄스, 다이어트댄스, 아쉬탕가 요가 등 교육 및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5년 전부터는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JJ 댄스스쿨을 열었다.

"대구에서 최신 K-POP 댄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제게 오시면 됩니다. 제가 신나는 실용댄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소화하지 못하는 춤은 없습니다. 실용댄스 계통에서는 '대구 지존'으로 불릴 만한 실력을 갖고 있으니, 많이들 찾아옵니다. 꿈이 있다면 제가 가르친 아이 중에 아이돌 스타가 나왔으면 하는 것입니다."

전 씨는 댄스스쿨뿐 아니라 각종 사회활동도 활발하다. 대구과학대에서도 댄스스포츠를 가르치고 있으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섹시 웨이브 등을 가르친 경력이 있다. 초'중'고 댄스공연단도 직접 꾸려서 K-POP, 재즈, 힙합 등의 춤으로 지역의 각종 축제 및 행사 때 등장해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JJ 댄스스쿨 본점 지부장을 맡고 있는 신은경(30) 씨는 "요즘은 젊은 직장인 남성들도 K-POP 댄스를 즐기러 많이 온다"며 "소녀시대 'Oh!', 카라의 'Step' 등을 추면 남성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 씨의 딸 홍주 양은 현대무용의 유망주다. 2010 영남대 주최 전국무용경연대회 중등부 금상, 국회의장배 전국무용 경연대회 금상, 2011 안양예술고 주최 전국무용경연대회 중등부 금상, 한국무용교사협회 주최 전국무용경연대회 금상 등을 수상해 현대무용 쪽에 소질을 드러내고 있다. 홍주 양은 또 춤에 관한 한 악바리다. 발목 인대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회 출전을 위해 주사를 맞아가며 고난도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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