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車 금융 보험 판매왕 3인의 노하우

"일을 즐겨라, 그러면 돈이 들어올 것이니… "

고객과 상담하고 있는 대구경북 영업의 달인들. 위로부터 정권수 현대자동차 판매명인, 최수정 대구은행 세일즈 슈퍼스타, 이판선 대한생명 에이스클럽 프레지던트.
고객과 상담하고 있는 대구경북 영업의 달인들. 위로부터 정권수 현대자동차 판매명인, 최수정 대구은행 세일즈 슈퍼스타, 이판선 대한생명 에이스클럽 프레지던트.

'똑똑한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못 이기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긴다.'

현장 세일즈의 대표격인 자동차, 보험, 금융 세 분야에서 지난해 대구경북 판매왕들의 공통점은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지갑 사정과 연봉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 "고객을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매너리즘이 기다리고 있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목표의식이 있되 그것이 '1등 지상주의'가 아닌 '고객 우선'이라는 데 있었다.

◆현대자동차, 정권수 판매명인

현대자동차 북대구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권수(53) 부장은 '판매명인'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누적 판매대수 4천 대 이상일 경우 부여되는 호칭으로 대구에서는 정 부장이 유일하다. 21년 경력이라지만 정 부장의 최근 4년간 판매 대수는 단연 눈에 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2008년 124대의 신차를 팔아치운 데 이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50대 안팎의 차를 팔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매왕에 오르는 차량 판매원들 상당수가 법인을 상대로 '손쉬운 실적(?)'을 올리는 데 반해 정 부장의 경우 인적네트워크의 힘에 의존한 개인 판매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정 부장에겐 사실상 휴일이 없다. 정 부장은 그래도 즐겁다고 했다. 차를 매개로 사람까지 사귈 수 있는 기회도 얻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는 것이다.

정 부장의 목표의식은 뚜렷했다. '판매 1등'이 아닌 '불만제로'에 도전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차량 판매원으로 활동하던 초창기에는 1등이 되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자칫 고객을 도구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했다. 정 부장은 "세일즈의 세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며 "나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나를 기억해주고 나를 떠올려준다면 성공한 것이다. 그게 바로 '신뢰'"라고 했다.

◆대구은행, 최수정 세일즈 슈퍼스타

대구은행 개인고객부 최수정(38'여) 계장은 지난해 대구은행이 선정한 '세일즈 슈퍼스타'다. 세일즈 슈퍼스타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신, 전자금융, 펀드, 신용카드 발급 건수 등 20개 항목에서 상위권에 올라야 얻을 수 있는 명예다. 그의 수상이 뜻깊었던 것은 그가 파트타임, 즉 아르바이트로 업계와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군대로 치면 '사병이 별을 단 격'이다. 지난해 성서영업부에 근무한 최 계장이 발급한 신용카드는 하루 평균 1건, 적립식 펀드 등 상품 판매건수는 하루 평균 3건 이상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은행 사무만 처리하는 게 아니었다는 거다.

동료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계장의 하루는 바쁘되 분잡하지 않다. 우선 고객들이 먼저 알고 최 계장을 찾는다. 고객의 이름을 그가 먼저 외운 덕분이다. 고객이 요청한 작업을 하면서도 입에서는 고객의 취미, 가족이야기 등이 끊임없이 나온다.

최 계장은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으로 가야 좋은 실적으로 이어진다"며 "세일즈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고객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의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낮춘 덕분"이라고 했다.

특히 최 계장은 민원 해결사로 통했다. 내 실적보다는 고객의 이익이 먼저라는 원칙으로 다가가다 보니 고객의 정보를 허투루 흘리지 못했다고 했다. 영업 중에 바빠서 응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직통 연락처를 알려주고 업무가 끝난 이후에 통화를 해서라도 해결했다고 했다. 그렇게 남은 고객들은 대구은행의 충성고객이자 자신의 팬이 됐다고 했다.

◆대한생명, 이판선 에이스클럽 프레지던트

보험업계에서는 영업 달인들에게 명예임원이라는 호칭을 준다. 특히 대구를 무대로 뛰고 있는 이들 중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생명의 예영숙 명예전무, 교보생명의 고유지 명예전무다. 이들에게는 60㎡ 안팎의 사무실이 제공되며 비서도 붙는다.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보험업계 '빅 3' 중 대한생명에는 울산에서 활약 중인 정미경 명예전무가 있을 뿐 대구에서 활약하는 명예임원이 아직 없다. 대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 중에는 지난해 실적 전사 3위에 오른 대한생명 대명지점의 이판선(53'여) 매니저가 최고로 꼽힌다. 20년 경력의 이 매니저는 에이스클럽 최상위 등급인 프레지던트 자격으로 역시 '명인급' 대우를 받고 있다.

이 매니저는 대한생명 대구본부 여왕상은 물론 10회 연속 보험업계의 꽃인 '연도대상'의 경력을 자랑한다. 관리 고객만 1천500명 이상. 가정주부에서 기업 CEO까지 스펙트럼도 폭넓다. 이 매니저 역시 일을 즐기고 있었다. 1천500명을 관리하려면 목이 쉴 만도, 지칠 만도 하지만 힘든 시기가 없었다고 했다. 이 매니저에게도 고객은 최우선 순위였다. 특히 보험설계사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보험상품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도 직업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고객도 '급여 도구'가 아닌 '소중한 고객'으로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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