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은 2009년 1만7천193달러에서 2010년 2만562달러로 올라선데 이어 지난해 2만2천489달러를 기록해 2년 연속 2만달러대를 유지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 평가된다.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부채는 912조9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평균 4천6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여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는 서민들에게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명과 암을 조명했다.
◆골프 지고 승마'요트 뜬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시대로 향해 가면 레저스포츠 시장에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앞으로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이는 레저스포츠는 승마다. 전문가들은 골프를 대신해 승마가 1인당 국민소득 2만~3만달러 시대를 대표하는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에 진입했던 외국의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 1만~2만달러 시대에는 볼링과 등산, 조깅이 인기를 끌었지만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 시대로 나아가면 승마가 국민 레저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
요트도 떠오르는 레저스포츠로 꼽히고 있다. 최석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레저경영대학원 원장은 "골프는 대중화되면서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의 차별화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게 되어 앞으로 침체기를 걷게 될 것이다. 대신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할 경우 요트 사업이 활발해 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어 요트를 타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승마와 요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말산업육성법을 제정하고 '제1차 마리나항만 기본계획'도 확정했다. 말산업육성법은 5년마다 말산업육성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올 7월 말산업육성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가 마련한 '마리나항만 기본계획'은 레저용 선박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2019년까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승마다. 전국 곳곳에서 승마장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경북도 예외는 아니다. 2009년 이후 경북의 지방자치단체가 새롭게 조성한 승마장은 영천 운주산승마장'상주국제승마장'구미승마장'봉화승마장 등 4곳이다. 여기에 포항시와 고령군도 승마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최근 마사과를 신설한 경주 서라벌대학과 재활승마학과를 만든 영천 성덕대학도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 승마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민간 승마장도 늘어났다. 울진과 칠곡에 정부 예산과 민간 자본이 투자된 민간 승마장이 건설된데 이어 구미 해평과 포항 기계면에서도 민간 승마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2009년 이후 공공'민간 승마장 건설에 투입된 국비와 지방비는 총 445억원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들과 민간이 앞다투어 승마장 건설에 열을 올리자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과잉 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신생 승마장들이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과 민간업체들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성급하게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 경북의 경우 비교적 운영이 잘되는 것으로 알려진 운주산승마장을 비롯해 상당수 신생 승마장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감사원은 승마장 건설에 자본이 과다하게 투입되고 있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신빈곤층 속출
통계상으로 국민소득은 늘어났지만 서민들의 생활경제지수는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저임금으로 인해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 집은 있지만 집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하우스푸어', 자식교육으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리타이어푸어' 등의 신빈곤층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5년째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모(42) 씨의 월급은 200만원 남짓이다. 그는 일찌감치 저축을 하고 집을 마련하는 인생계획을 포기했다. 200만원으로는 두 아이 교육비와 생활비를 대기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적자 인생을 살고 있다. 열심히 일 해도 생활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만달러를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2천200여만원이 된다. 이를 4인 가족으로 단순 환산하면 8천800여만원이 된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 서민들에게는 꿈 같은 돈이다. 도대체 2만달러의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순저축률은 2009년 4.1%에서 2010년 3.9%, 지난해에는 2.7%로 감소했다. 이는 경제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개인의 저축 여력은 오히려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국민소득 가운데 근로자들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도 악화됐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노동소득분배율은 2008년 61%에서 2009년 60.9%로 낮아졌다가 2010년에는 59.2%로 6년 만에 60% 밑으로 떨어졌다. OECD 평균 노동소득분배율이 70%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의 근로자들이 제 몫을 챙기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용 사정도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003년 460여만 명에서 ▷2005년 548만여 명 ▷2007년 570만여 명 ▷2009년 575만여 명 ▷2011년 599만여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민들 허리띠 졸라 매고 또 매고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 가구의 엥겔계수(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비주류음료가 차지하는 비율)는 20.7%로 2005년(20.7%)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가구의 엥겔계수 역시 지난해 14.18%로 2005년(14.61%)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고공행진하는 물가 탓에 서민들이 기본적인 먹거리를 구입하는 데 많은 돈을 썼다는 의미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각종 정책을 폈지만 사실상 생활 물가를 잡지 못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소비는 'SALT'형으로 변했다. 소금을 의미하는 'SALT'는 ▷세일 이용(Sale) ▷소량 구매(A little) ▷저가 선호(Low price) ▷브랜드 전환(Transfer)의 영문 앞 글자를 딴 것.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5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89.6%가 '할인이나 판촉 행사를 찾아다닌다'고 답했으며, '소량 구매를 자주 한다'는 응답자도 68.8%에 달했다. 또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상품을 사기 위해 '구입 전에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일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56.4%를 기록했으며, '상대적으로 싼 상품을 고르기 위해 브랜드를 바꾸고 있다'는 대답도 85.6%를 차지했다.
◆원인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가 경제와 대기업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는 점점 침체되는 가장 큰 이유로 대기업과 수출 중심으로 짜여진 경제 정책을 꼽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대기업과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을 고수하면서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을 편 것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것. 이에 따라 수출과 대기업 중심의 고용없는 성장 대신 내수를 키우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가 맞추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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