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화의 잘못된 해석 단숨에 날려라

월드3.0/판카즈 게마와트 지음/김홍래'이영래 옮김/지식트리 펴냄

세계화와 반(反) 세계화 사이의 투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해서 전세가 역전되었다. 세계화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시장의 실패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규제 탓으로 돌리려 하지만, 그리 녹록지 않다. 오히려 세계화가 자본과 인력, 정보 등을 세계적으로 통합하면서 문제를 일으켰으므로 다시 보호주의 정책과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세계화 반대주의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주의자도 아니고, 세계화 반대주의자도 아닌 저자는 이 책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월드3.0 세계관'이다.

월드0.0은 신석기 혁명 전까지의 세계관을 말한다. 이때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으며, 결과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은 미미했으나 자기 부족 이외에는 믿을 수 없으므로 지역을 벗어난 곳에 있는 '그들'과의 협력은 꿈도 꾸지 못했다. 자기 부족이라는 영역이 국경으로 대체된 주권 국민국가 시대의 가치관이 월드1.0이다. 국가들 간에 어느 정도 군사적 상호교류가 있기는 했지만, 국제 교역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 아래 세계 총생산의 1%를 차지했을 뿐이고 대부분 자족적이었다.

세계화라는 단어가 미국사전에 등장한 것은 1951년이었다. 그리고 세계화에 대한 열광과 흥분은 1980년대에 시작되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뚜렷이 가속되었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세계 각국은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세계화에 빨리 뛰어들어야만 종족은 물론, 국가의 구조가 평평해질 것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면서 '모든 것을 놓고 어디서나 경쟁을 벌이는 세계관'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월드2.0이다.

그런데 저자는 월드2.0주의자(세계화주의자)이든, 월드1.0주의자(反세계화주의자)이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고 전제로 깔고 있는 세계화가 아직 '지극히 부분적인 상태'라는 사실을 냉철한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다. 국가 간 통합 정도의 평가에서 금융에 관련된 5가지 기준만이 평균 21%의 국제화 수준을 보여 주고 있으며, 다른 9개 기준은 평균 10%에 불과했다. 자본 비용은 나라별로 몇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제품의 경우 빅맥 같이 표준화된 제품조차 20%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임금은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20배 차이가 있다. 결국 모든 유형의 시장에서 나타나는 실제 국제화의 수준은 월드2.0이 상정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저자는 '규제 없는 세계통합'을 주장하는 월드2.0주의자나, '세계 통합 없는 규제'를 주장하는 월드1.0주의자 모두를 비판한다. 더 나아가 규제와 세계화를 공존시켜야만 시장의 실패를 예방하고, 온실가스 문제와 같은 전 지구적 폐해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데이터와 다양한 관점으로 증명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계 GDP(국내총생산)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 월드3.0을 제시한다. 이 새로운 세계관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등과 관련해 심각한 대립,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1991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최연소 정교수가 되어 20년 이상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강의를 했고,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 IESE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세계 최고 경영사상가 중 한 명이다. 528쪽, 2만5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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