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금… 경상도 '밥상' 공격하는 '침묵의 살인자'

염도계로 우리가 흔히 먹는 상차림의 염도를 측정한 결과 김치찌개는 1.4%, 물김치는 1.5%, 나물무침은 0.9%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시하는 적정 염도는 탕, 국, 찌개, 육수류의 경우에는 0.8% 수준이 적당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염도계로 우리가 흔히 먹는 상차림의 염도를 측정한 결과 김치찌개는 1.4%, 물김치는 1.5%, 나물무침은 0.9%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시하는 적정 염도는 탕, 국, 찌개, 육수류의 경우에는 0.8% 수준이 적당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짠맛 미각테스트 키트'를 이용해 기자가 직접 입맛을 테스트해봤다. 테스트 결과 기자의 입맛은 '약간 싱겁게 먹는 편'으로 나타났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소금'이 '공공의 적'이 됐다. 로마제국 시절에는 소금이 엄청 귀하다 보니 병사들의 월급을 소금으로 지급할 정도로 귀한 물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소금이 '만병의 근원'이라며 괄시받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심지어 독일의 의학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식품영양학자인 클라우스 오버바일은 '침묵의 살인자'라며 "소금의 '식탁 공습'이 시작됐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사실 인간의 소금에 대한 욕구는 마치 식욕만큼 강하다. 역사적으로는 소금을 쟁탈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소금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정해 독점하기도 했다. 소금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도 이 갈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든 음식에 소금을 뿌리고, 소금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맛있다고 여긴다. 특히 경상도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짜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왜 소금의 노예가 됐는가?

◆경상도 사람들 유난히 짜게 먹는다?

한국인들의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치의 2.5배에 육박한다. 2012년 현재 한국인의 1인당 1일 평균 추정 나트륨 섭취량은 5천㎎(소금 환산 12.5g) 선. 연간 4.5㎏의 소금을 소비하는 셈이다. 하지만 WHO의 나트륨 하루 최대 섭취 권고량은 2천㎎(소금 환산 5g)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07년 4천388㎎에서 2008년 4천553㎎, 2009년 4천646㎎, 2010년(잠정) 4천878㎎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구경북 사람들은 음식을 맵고 짜게 먹기로 유명하다. 대구의 10미(味)로 꼽히는 ▷따로국밥 ▷누른국수 ▷동인동 찜갈비 ▷뭉티기 ▷납작만두 ▷복어불고기 ▷무침회 ▷논메기매운탕 ▷막창구이 ▷야끼우동 중에서 누른국수와 뭉티기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음식이 짭조름한 양념으로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럼 정말 경상도 사람들이 음식을 짜게 먹는 것일까?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상도 지역 사람들이 전국에서 가장 짠 입맛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전국 4천109명을 대상으로 짠맛 미각판정치를 비교 연구한 결과, 경상북도(미각판정치 3.23±0.92)와 경상남도(3.06±1.07)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중 가장 짠 입맛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 것. 반면 강원도(2.71±1.02)와 인천(2.80±1.01) 등은 상대적으로 싱거운 입맛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는 2.98±1.2로 전국 평균치(2.95±1.07)를 약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짠맛에 대한 식태도와 식행동은 경상북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경상도 음식이 짜다는 것은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손숙미 교수의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손 교수팀이 지역별로 측정한 김치와 된장의 염도를 보면, 경상도 지역 김치와 된장이 각각 3%와 14.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 이는 김치의 적정 염도인 1.8~2%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연경 교수는 "경상도 지역 유명 음식들이 유독 양념이 강해서 짠 편이고, 식습관 역시 조금 짜게 먹는 행태로 나타났다"며 "이는 산간내륙지형이 많은 지역 특성상 음식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소금 간을 많이 하는 쪽으로 음식문화가 발달한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맛, 길들이기 나름

사람들은 '나트륨'이 위험요소임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웬만해서는 이를 줄이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외식이 잦은 현대인들의 식습관 때문이다. 특히 단체급식은 가정식에 비해 한 끼에 나트륨 섭취량이 1.7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식약청의 실험에서도 드러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짠맛 미각테스트 키트'를 이용해 최근 전국 18세 이상 급식이용 직장인 2천529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급식이용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싱겁게 먹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5단계 농도(0.08, 0.16, 0.31, 0.63, 1.25%)로 조제된 콩나물국 시료를 각각 시음한 후 개인별로 느끼는 짠맛 강도와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짜게 먹는다 5.7%(144명) ▷약간 짜게 먹는다 23.7%(599명) ▷보통으로 먹는다 46.2%(1천169명) ▷약간 싱겁게 먹는다 15.3%(387명) ▷싱겁게 먹는다 9.1%(230명)로 집계됐다. 결국 보통 이상 짜게 먹는 비율이 75.6%에 달한 것이다. 식약청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한 끼당 나트륨 섭취량은 단체급식이 가정식에 비해 약 1.7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급식에서 나트륨 섭취 저감화 정책의 지속적인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가 직접 경북대를 방문해 이 시료를 이용해 테스트를 했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하나의 시료를 맛보고 뱉어내고서 다시 입을 헹궈내고 다른 시료를 맛보는 방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됐다. 농도가 각각 다른 5개의 콩나물국 중 자신의 입맛에 가장 적절한 간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평소 '조금 짜게 먹는다'고 답을 했던 기자의 '짠맛 미각'은 다행히 '약간 싱겁게 먹는 편'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입맛은 결국 길들이기 나름이다. 조금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쉽게 변화가 가능한 것이 바로 입맛. 대구시는 2007년과 2008년에 단체급식을 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5주간 싱겁게 먹기 교육을 실시한 결과, 5주 후 직장인들의 짠 입맛이 싱겁게 먹는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영국의 소금 박사인 세인트조지의과대학 맥그레거 교수는 "소금의 양을 20% 줄이는 것이 맛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며 "2, 3주일만 싱거운 맛에 견디면 우리의 미각은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왜 짜게 먹나?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소금 섭취를 쉽게 줄이지 못할까? 이에 대해서는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기분이 좋아지기 위함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의과대학 통합생리학과 교수 킴 존슨 박사는 쥐들이 염화나트륨(일반 식탁소금)이 부족하면 평소에 즐기는 행동, 즉 단맛이 나는 물을 마시거나 쾌감을 느끼는 장난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런 행동은 임상적 우울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평소 즐기던 일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심리적 우울증의 가장 중요한 증상 중 하나라는 것이 존슨 박사의 주장이다. 존슨 박사는 "염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고혈압, 심장병 등 여러 건강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사람들이 염분을 과잉섭취하게 되는 것은 소금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자연물질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존슨 박사에 따르면 인간이 이처럼 소금에 집착하게 된 것은 진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존슨 박사는 "우리 몸의 생물학적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염분이 필요한데 염분을 구할 수 없다 보니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관인 신장이 소금에 인색하도록 진화된 것"이라며 "결국 우리 몸은 필요한 염분을 찾고 보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지만 오늘날 인간은 소금을 남용하다 보니 소금이 마치 마약 같은 습관성 물질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짜게 먹는 습관은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어머니들이 나이가 들면 음식의 간을 조절하지 못한다고 구박을 당하기 일쑤인 점을 봐도 그렇다. 우리 몸이 나이가 들면 각종 기능이 떨어지듯이 입맛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수분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면서 세포의 수분 고갈을 부추기고 이는 결국 각종 질환을 악화시키게 된다는 것. 사람은 태어났을 때 물이 몸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다가, 성인이 되면 체중에서 물의 비중이 절반으로 줄어들며, 60대가 되면 40~45%로 줄어든다. 이때 허용치보다 많은 양의 소금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혈관과 체액세포에 녹아 물을 계속 끌어당기는 삼투현상을 심화시켜 물이 세포 사이에 계속 고이게 된다. 이는 부종으로 이어지며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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