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야자키의 색깔있는 일본이야기] 한국을 사랑하자

알다시피 일본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지난 10년간,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바뀌듯, 극적으로 변했다. 우리 집 아이는 이제 만 두 살이다. 아버지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도 있지만(내 남편은 대구 사람이다), 주변으로부터 "아주 잘생겼네, 커서 한류 스타처럼 되는 거 아니야" "한류 스타 누구를 닮았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도 덩달아 "이 아이가 한국 역사 드라마의 세자 역에라도 출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한류스타에 빗댄 이런 이야기들은 요즘 일본에서는 칭찬하는 말로 사용된다. 이처럼 한류 스타 이야기는 이제 일상적 대화의 소재거리가 되었다.

며칠 전 신문 가판대 앞에서 사오십대로 보이는 남자 두 사람이 장근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집사람이 한국 스타의 콘서트에 간다고 해.-아, 장근석 아니야?" "그래, 그래 맞는 것 같아.-그 사람 아주 멋있지." 중년의 남성들이 길거리에서 한류 스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좋은 의미로. '욘사마'(배용준)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제 일본에서 한국은 일상화됐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욘사마'의 출현은 역시 충격적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욘사마 이후 한국을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었다. 그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서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여행을 간다고 하는 사람도 내 주위에 있다. 일각에서는 한류 붐은 지나갔다고 말하지만, 한국 붐을 계기로 일본에서 한국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역설적으로 '욘사마' 이전에는 한국에 관한 정보가 너무 적었으며, 한국에 대한 관심도 낮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웃나라에 대한 태도로서는 절대로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 한국이 일상화되었다고 해서 한국에 관한 모든 것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아직 단편적이다. 한때 꿈꾸었던 고대사 속의 백제와 가야에 대한 환상, 현재의 한국 드라마와 한류 스타, 역사 드라마에 나오는 아름다운 왕조 문화 등이다. 물론 나도 이러한 것들에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이외에 한일 간에 더 논의해야 할 문제가 일상에서 건설적인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면 수많은 식민지 시대의 잔재에 관한 문제가 있다. 일본제국주의에 희생된 종군위안부 문제는 대표적이다. 그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일본의 관료 정치는 모든 게 느리고 미적지근하다. 일본 국민에게도 그렇지만, 이웃나라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정말 안타깝다. 그렇다고 일본 사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많은 일본인이 그러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 드라마와 한류 스타를 화제에 올리듯이, 이러한 무거운 문제도 일상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일 양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사람들이 먼저 용기를 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모르는 사람은 역사 공부를 해야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미안한 마음에서 오히려 조용히 입 다물고 있다.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용기를 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지금보다 더욱더 한국을 좋아하면 된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여행을 가고, 의미 있는 만남을 늘려 가면 된다. 물론 문화와 습관이 다르면 위화감을 느끼고,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는 어렵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내가 남을 사랑하는 것은 의외로 쉽고 간단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한류가 한일 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나는 바라고 있다.

미야자키 치호(宮崎千)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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