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20대 여성이 다급한 상황을 알리는 112 신고를 한 뒤 연락이 두절된 사건(본지 13일자 8면 보도)은 해당 여성의 오인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14일 오후 3시쯤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자신의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고 한다.
사건을 수사한 대구 남부경찰서와 수성경찰서는 13일 오전 3시 52분 대구시 남구 대명 9동 한 놀이터 인근에서 한 남성에게 쫓기고 있다며 112 신고를 한 J(20'여) 씨가 실제로는 달서구 상인2동 대동시장 네거리 인근에서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J씨는 친구 A(20'여) 씨와 13일 자정쯤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의 모 술집에서 A씨의 남자친구, 또 다른 남성 등 4명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오전 3시 30분쯤 술에 취한 채 혼자 술집을 나섰다. 만취한 J씨는 술집을 나와 대동시장 네거리까지 걸었으며, 그동안 한 남성이 자신을 쫓아오는 느낌이 들어 다급히 112에 신고했다는 것. 하지만 술에 취한 J씨는 해당 지역의 명칭을 정확히 몰라 안지랑 놀이터(대명 9동), 무궁화 놀이터(대명 1동) 부근에 있다며 세 번의 신고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놀이터가 1㎞가량 떨어져 있고, 신고를 받은 직후 두 곳을 모두 뒤졌지만 J씨를 찾을 수 없었다"며 "술에 취한 J씨가 자신이 있던 지리를 정확히 모른 채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J씨는 경찰 조사에서 "신고를 한 뒤 뒤를 쫓는 남성을 피해 골목에 잠시 몸을 숨긴 뒤 남성이 사라지자 4시 30분쯤 택시를 타고 KT 상동지점(수성구 상동)까지 이동했다"고 말했다. J씨의 휴대전화는 요금 미납으로 수신과 착신이 되지 않는 '먹통 전화'여서 경찰이 J씨 행방을 찾는 데 애로가 많았다. 하지만 112는 긴급전화여서 사용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만일의 사태를 우려한 경찰은 남부서'수성서'달서서는 물론 기동타격대까지 총동원해 수색에 나섰고, J씨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행방을 쫓았지만 J씨가 택시를 타고 앞산순환도로를 거쳐 수성구 용지네거리→황금네거리→두산오거리 등지로 자꾸 이동한 탓에 혼란만 가중됐다. 경찰에 따르면 J씨는 6시쯤 수성구 두산동에서 택시를 내린 뒤 인근에 사는 친구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오후 3시쯤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남부서 관계자는 "J씨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수성서와 남부서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큰 충격을 받아 본격적인 조사를 하기 어려웠다"며 "허위신고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오인신고로 파악돼 형사처벌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무사해서 다행이지만 오인신고 하나 때문에 오전 내내 경찰 수백 명이 동원돼 수색에 나선 것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며 "안 그래도 수원 토막살인 사건 때문에 112로 오인'허위 신고가 부쩍 많아졌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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