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람을 發하소서" 선녀 방패연 하늘에 둥실

의성 국제연날리기 개막, 기풍제·기원무 등 펼쳐져

'세계로 날리자, 미래로 띄우자'란 슬로건으로 '2012 의성마늘국제연날리기대회'가 13일 매일신문사와 의성군 공동 주최로 의성군 안계면 위천 둔치에서 개막됐다. 대회 첫날인 13일 선녀들이 순풍과 풍년을 바라는 '기풍제'(祈風祭)를 올리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하늘이시여! 바람을 관장하는 풍백이시여! 바람을 발(發)하여 흥(興)하게 하소서!"

'2012 의성마늘국제연날기대회'가 시작된 13일, 행사가 진행되는 의성 안계면 위천 둔치에서 바람을 부르는 기풍제(祈風祭)가 재연됐다.

1천300여 년 만에 지난해 첫 재연됐던 기풍제는 연날리기대회의 성공을 기원하고 바람을 일으켜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연들이 하늘 높이 치솟아 한 해 농사의 풍년과 주민들의 안녕을 염원하는 제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날 기풍제는 대회 관계자들이 전통 기풍의식 차림으로 제단에 술과 떡으로 제사상을 차려 올린 뒤 하늘과 바람의 신인 풍백과 영등할미에게 연을 띄울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기원하는 의례로 진행됐다.

특히 의성지역 옛 고대국가인 조문국(召文國) 주술사 차림의 대북 천지울림을 시작으로 24개국 선수단이 모인 국제대회를 하늘에 고하고,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는 퍼포먼스 기원무(祈願舞)가 펼쳐졌다. 선녀 4명의 바람몰이춤(風舞)이 최고조를 이루면서 잠잠하던 위천 둔치에는 조금씩 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선녀들이 방패연을 하늘에 날리는 퍼포먼스로 기풍제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 김복규 의성군수를 비롯한 지역 기관'단체장, 지역 유림단, 국내외 참가선수 등 1천여 명이 함께 순풍(順風)과 풍년(豊年)을 바라는 기풍의식에 참여했다.

기풍제는 비를 부르는 기우제(祈雨祭)와 추위를 기원하는 기한제(祈寒祭) 등과 함께 우리나라 고대 역사 속에서 중요하게 이뤄졌던 제천의식이다. 중국에서는 삼국시대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을 앞두고 동남풍을 부르는 기풍제를 올린 것이 영화와 드라마로 소개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천300여 년 전 후삼국시대에 왕건과 견훤의 군사가 서남해 바다에서 격돌할 때 적선을 공격하기에 유리한 바람을 기원하는 풍제를 올리는 장면이 TV 드라마 '태조 왕건'에 소개됐다. 그러나 정확한 역사적 기록으로는 17세기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의 일기에 기풍제 대목이 나오지만, 이는 풍랑이 잦아들기를 비는 의식이었다.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 조직위원장인 김복규 의성군수는 "의성을 방문하는 외국 선수단들이 우리 고유의 전통 제천의식을 접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하늘에 제를 올리면서 연날리기의 한국적 의미와 가치를 공감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