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았다. 씨앗을 뿌리고 물과 거름을 더해라."
지역 야당을 향한 유권자들의 외침이다.
대구경북에는 '야당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다. 제19대 4'11 총선 결과 대구경북 27개 의석은 모두 새누리당 몫이 됐다. 기대를 모았던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마저 '당선' 대신 '유의미한 득표'에 만족해야 했다.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지역사회는 중앙정부에 어려움을 호소할 제대로 된 통로조차 없는 상황이 되게 생겼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을 하더라도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야당의 방해를 몸으로 막아낼 야권 인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여야의 균형 확보 실패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지역 야당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민들이 다양한 정치적 선택을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야당이 지금보다는 더 강건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대현(39) 씨는 "그동안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 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말이 가능했지만 김부겸 후보가 출마한 이번 총선 이후엔 지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며 "건실한 야당을 통해 일당독식 구조인 지역 정치권에 긴장을 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역의 야당을 키워야 할까.
지역에서 야당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지역에서 야당이 설 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만 선호하는 유권자들 때문인지, 아니면 지역 야당의 노력 부족 탓인지에 대한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지역의 야당에선 '굵직한' 인물이 웬만해선 야당에서 정치 인생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척박한 토양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불사르는 분들의 선의에 기댈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며 "서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민주당에서 정치인생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지역 분위기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택을 받을 만한 '인물'을 내놓으라는 지역 유권자들의 요구에 대한 지역 야당의 솔직한 속내다.
더불어 단지 정치를 '관전'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차원에서 지역 야당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입바른 소리'에 대해서도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민주당의 한 지역위원장은 "정치를 직접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활동할 정당을 선택하는 일은 자신을 포함한 가족의 삶을 거는 일생일대의 선택"이라며 "새누리당을 향해 '묻지마 투표' 행태를 보이고 있는 지역민들을 믿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걸 수 있는 스펙 좋은 인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킨 실타래는 야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취약지역에서의 전세 전환은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정당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고 방법이 없지 않다는 논리다.
우선 지역 선거에 나설 인사들의 경력관리 과정에서 야당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당직 또는 비례대표 배정 과정에서 대구경북 출신 정치인들이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 유권자들 가운데 33.52%가 이번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서 야당을 선택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선 유권자 가운데 과반이 야당을 선택하기도 했다.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의 득표율도 상승세다. 지난 총선 때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던 야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이번 총선에선 20%를 넘겼다. 야당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 선거비용 전액 보전 혜택을 받게 된 점 또한 야당 사람들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야당을 보는 눈빛이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부응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과 시도당 차원의 자구책이 결합한다면 지역민들의 마음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번 총선을 통해 튼실한 야당을 원하는 지역 유권자들의 바람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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