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이미 와 있는데 떠나기 아쉬운지 가는 겨울이 오는 봄에게 강한 바람으로 늦장 심술을 부린다. '봄바람'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봄에 부는 바람'과 '봄을 맞아 이성관계로 들뜨는 마음이나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 봄바람을 가장 크게 체감했던 기억은 대학 신입생 시절이었다. 6년 동안 줄곧 교복을 입다가 처음 사복을 입고 캠퍼스에 내딛는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가 벌벌 떨며 이 수업 저 수업 강의실을 옮겨 다니던 기억이 선명하다. 오죽하면 '봄 추위에 장독 깬다'는 말이 있을까! 나의 대학생활의 첫 기억은 추위와 감기로 남아있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걸쳐 있는, 겨울도 아니요 완연한 봄도 아닌 시기, 이름하여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른 생체 리듬의 신속한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의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입고 벗기 쉽고 보온성도 좋은 카디건은 이럴 때 아주 유용한 패션 아이템이다. 여기에 스카프 한 장이면 건강도 지키고, 스타일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스카프는 봄철 건강을 위협하는 황사 바람이나 꽃가루 등이 입이나 코를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추울 때는 목에 둘렀다가 황사나 꽃가루 알레르기 반응이 있을 때는 응급조치로 코와 입을 막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봄이 되면 주변에서 유독 '봄을 탄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봄만 되면 병원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기를 소망해 보곤 한다. 이렇게 봄이 되면 떠나고 싶고 외로움을 더 느끼게 되는 원인이 햇살이 많아져서 우리 망막을 자극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멜라토닌 분비는 감소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봄철에는 특히 여자들에게 그 현상이 크게 나타나서 봄을 여자의 계절이라고 하는가 보다. 따뜻한 햇볕과 살랑대는 봄바람이 기분을 묘하게 만들며 여심을 흔들어 대면 봄바람의 두 번째 의미인 바람이 나지 않도록 우리 마음에 주의보를 내려야 한다.
봄-바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계절 변화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봄-바람'을 '봄'이 우리에게 '바라는' 메시지인 생명력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이 생동감 넘치는 봄볕 앞에서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 희 경(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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