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1995년 인구 10만 명당 11.8명에서 2005년 26.1명, 2010년 31.2명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 중 네 번째에 해당된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전체 인구 자살률의 2.3배에 이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에 이르면 우울증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모든 질환 중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약 5조원 정도로 추산되며, 이는 연간 GDP의 0.5%를 차지한다.
◆자살 시도자의 80%가 우울증과 관련
65세 연령에 이르렀을 때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고 지나갈 확률이 18%로 추산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최근 10년간 우울증은 2배 정도 증가했다. 아울러 우울증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매년 증가하지만 아직 3분의 2 이상은 치료받지 않는다.
우울증은 치료하면 잘 낫는 병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만성적인 경과를 밟으며 경우에 따라 가장 심각한 결과인 자살을 초래한다. 특히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경우 많게는 80%까지 우울증과 직간접 관련이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울증은 40대에서 가장 발병이 높고,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높다. 60대 이상의 노인에서 우울증은 폐경기나 퇴직, 실직, 사별 등 신체적'사회적'경제적인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비록 노인들은 우울증의 여러 증상들을 잘 호소하지 않지만 적어도 10명당 3명은 우울증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울증은 주요 증상(표 참조)이 있지만 모든 환자가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젊은 층의 경우, 과다수면이나 체중 증가, 사고 및 행동의 지체 등의 증상을 더 잘 보인다. 노인층은 불면, 식욕저하, 초조, 집중력 곤란, 죄책감 등의 증상을 더 잘 호소한다. 우울증 증상이 단지 기분이 안 좋다는 우울감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울증은 기억력, 판단력뿐 아니라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우울증이 진행될수록 '인지 왜곡현상'이 두드러져 주변 상황을 비관하고 자신을 자꾸 비난하면서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도 한다.
◆다양한 신체증상 호소하는 노인 우울증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노인층의 경우 경우,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임에도 복통, 두통, 흉부통, 관절통 등 신체 여러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즉 우울증의 증상을 우울감이나 의욕저하와 같은 기분증상으로 표현하지 않고, 모호한 만성적인 통증을 호소한다. 특히 식욕부진, 체중감소, 수면장애, 변비, 만성적인 피로 등을 잘 호소한다. 배변 이상, 메스꺼움, 구토, 위장의 불쾌감, 구강의 이상감, 명치의 통증 등의 소화기 장애를 흔히 볼 수 있다. 아울러 천식, 호흡 곤란, 흉부의 압박감 등을 자율신경계의 장애도 보인다. 항상 피곤하다는 느낌, 쉽게 피로해짐, 무력감, 활동을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의 에너지 저하 증상들을 흔히 보게 된다. 심한 경우 노인 가성치매, 즉 '치매처럼 보이는 증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간혹 우울증 증세를 갖고 있는 노인의 경우 '자살'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고 간혹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경우 '자살경고 신호'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상당수 환자들은 스트레스와 무관하게 발병하기도 한다. 즉 '스트레스도 없는데 내가 왜 이러나? 나는 우울증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진 환자들도 흔하다. 우울증 발병에는 타고난 신체적 유전적 기질도 작용함을 알려준다.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이 있듯이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신체적인 질병이 있는 경우에도 우울증 발생이 높다. 저혈당, 비타민 결핍, 빈혈, 간염, 폐렴과 치매, 파킨슨씨병, 경련성 질환 등 신경계질환, 관상동맥 허혈증, 심근병증, 심부전증,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계 질환, 각종 중금속 만성 중독질환 모두 우울증을 유발하는 직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신체적 질환에 대한 치료가 병행돼야 효과적이다.
◆한 번 발병하면 6개월~1년 지속
현재 우울증은 여러 치료 방법들이 있다. 가벼운 경우 인지행동치료, 정신치료 등과 같은 치료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보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항우울제들은 부작용이 매우 적고 투여 후 대개 4주 정도 지나면 증상이 좋아진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뇌의 화학물질 불균형을 잡아준다.
그러나 우울증은 한 번 발병하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속된다. 따라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우울증이 다 나은 것은 아니다. 즉 호전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적어도 6개월 이상은 지속적인 항우울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운동, 자원봉사, 종교생활, 취미생활 등과 같은 사회적 활동을 유지하는 것도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은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멀리하는 것이 좋다.
자살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다양한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이들 정신질환 중 우울증은 70~80% 정도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따라서 우울증 조기 발견 및 치료만으로도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자살자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성만 교수는 "건강하던 사람도 갑자기 찾아온 상실 등의 변화로 자살을 시도한다"며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의 조기 발견과 치료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제파산자, 실업자나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경전달물질=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 복용도 있다.
도움말=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성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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