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과일이 다 떨어졌는데 마침맞게 잘 사 왔다." "처음 보는 동혁을 기죽여 놓자는 건지 왕년의 한가락 솜씨를 지루하게 늘어놓았었다." "젊은이여, 희망의 나래를 펴라."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마침맞게' '한가락' '나래'에 대해 알아보자.
'마침맞다'는 어떤 경우나 기회에 꼭 알맞다라는 뜻으로 "시누이에게 마침맞은 남편감을 구할 수 없다."로 쓰인다. '한가락'은 어떤 방면에서 썩 훌륭한 재주나 솜씨를 뜻하며 "이 밖에도 독특한 개성과 성능으로 한가락 하는 '디카짱'들이 많다."로 활용한다. '나래'는 날개를 뜻하며 "그 새는 타는 놀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나래를 풍선처럼 부풀려 올리더니 힘차게 깃을 치며 허공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김성동의 '연꽃과 진흙')로 문학작품에 주로 쓰였다.
'마침맞다'를 '마치맞다'로, '한가락 하다'를 '한가닥 하다'로, '날개'를 '나래'로 쓰면 어떻게 될까. '마치맞다'는 방언으로, '한가닥 하다'는 잘못된 표기로서 쓸 수가 없다. 그런데 '나래'는 한동안 '날개'의 방언으로 국어사전에 등재돼 표기에 제약을 받았으나 2011년 8월 '날개'의 문학적 표현으로서 표준어로 등재되는 영광을 받아 당당하게 쓰이게 됐다.
'방언'은 한 언어에서 사용 지역 또는 사회 계층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로 사전에 규정되어 있다. '방언'의 상대말로 쓰이는 '표준어'는 한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는 규범으로서의 언어로서, 의사소통의 불편을 덜기 위하여 전 국민이 공통적으로 쓸 공용어의 자격을 부여받은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글쓰기를 할 때 '방언'과 '잘못된 표기'는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라는 뜻의 '개다'를 '개이다'로 표기하면 안 되겠지만, '마치맞다'를 '마침맞다'의 잘못된 표기로만 규정하는 건 지나친 면이 있다.
"그런데 저녁답이 되자 마른하늘에 벼락이 친다더니 갑자기 배 속에서 우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에 나오는 '저녁답'은 '저녁때'의 방언으로 '나래'만큼 정겹지 아니한가.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뜻하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할 때 '나락'은 일부 속담이나 관용구에 쓰일 때 '벼'를 이르는 말이라고 하면서 '벼'의 경남 강원 등지의 방언, 있거나 벗어나기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전에 등재돼 있다.
본지에서는 일찌감치 '나래' '나락' 등 '방언' 표기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수도 중심의 언어 곧 표준어에 대한 권위적 중심의 상징에 대한 반발로서가 아닌 지방 문화의 다원적 발전을 위해서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것일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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