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급쟁이도 경비행기 몰 수 있다…'푸른하늘항공' 비행클럽 회원들

자영업·교사·군인 등 회원…3천만원대 2,3명이 소유

푸른하늘창공 비행클럽 회원들이 경비행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푸른하늘창공 비행클럽 회원들이 경비행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경비행기를 끄집어내 활주로로 이동시키고 있는 푸른하늘창공 클럽 회원들.
경비행기를 끄집어내 활주로로 이동시키고 있는 푸른하늘창공 클럽 회원들.
조립 중인 경비행기와 경비행기 내부 계기판.
조립 중인 경비행기와 경비행기 내부 계기판.

"하늘 한번 날아보시겠습니까?"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꿈과 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선구자들의 과감한 도전 덕에 비행기를 타고 세계 어느 곳이든 날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마음 한구석 어딘가는 여전히 허전하다. 이는 직접 비행기를 몰고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그래서 모인 사람들이 있다. 구미 선산을 무대로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한 '푸른하늘항공' 비행 클럽 회원들이다. 경비행기는 이들에게 행복하고 활기찬, 건강한 삶을 선사하는 활력소다. 경비행기를 LSA(Light Sports Aviation)라 부르며 스포츠로 여기는 미국처럼 이들도 생활 스포츠로 즐긴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다 보니 돈도 적잖게 들고, 위험 부담도 있다. 그렇다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푸른하늘항공의 회원은 30여 명이지만 경비행기를 소유한 회원은 9명뿐이다. 한마디로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도전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경비행기는 2인승이 기본이라 자가 회원들과 함께 비행할 수도 있고, 몇 명이 어울려 함께 구입할 수도 있다.

경비행기 가격은 엄두도 못 낼 정도는 아니다. 비싼 것은 2억5천만원 정도 되지만 2천만~3천만원짜리 경비행기도 많고 1천만원대도 있다. 일반적으로 2천만~8천만원 선이고, 3천만원 안팎을 많이 탄다. 2천만~3천만원짜리나 중고 경비행기를 몇몇이 함께 사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 이곳 클럽에도 2, 3명이 2천만~3천만원짜리 경비행기를 사서 함께 타고 관리하는 회원들이 있다.

클럽에서 보유하고 있는 경비행기를 대여해서 탈 수도 있다. 비용은 시간당 15만원 정도다. 여기에 한 시간 비행에 필요한 연료비 4만~5만원만 더 있으면 된다. 한 달에 평균 2, 3시간 정도 탄다고 봤을 때 골프나 다른 각종 장비, 이용 및 부대비용이 드는 스포츠나 레포츠에 비해 크게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아니다.

회원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회원도 있지만 세탁소 운영 등 자영업자, 교사, 군인 등 공무원 신분이나 회사원 등 소위 '월급쟁이'도 있다. 최소한의 생계는 확보돼야 할 수 있지만 돈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스포츠는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아무 조건 없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회원들은 경량 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경비행기 소유 여부를 떠나 이 자격증이 있어야만 조종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필기'실기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이는 경비행기를 함께 즐기기 위해선 최소한 비행 교육을 받아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영남지역 대표 경비행기 동호회로 자리 잡은 푸른하늘항공 비행 클럽은 2005년에 만들어졌다. 모형 비행기로 대신 하늘을 꿈꾸던 회원 중 현재 푸른하늘항공 교관인 류재문(50) 씨가 경비행기에 빠지면서 하나 둘 경비행기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됐다. 이는 모두 '날아다니는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주로 토'일요일 구미 선산에 있는 낙동강 둔치에서 비행을 즐긴다. 활주로는 이들이 직접 닦은 350m에 이르는 잔디 활주로로, 500m로 확장 중이다. 비행은 보통 각각 하는 경우가 많지만 편대 비행을 하기도 한다. 시간과 상황, 형편에 따라 10분 정도 타며 가까운 곳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2, 3시간 걸리는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함께 같은 풍경과 경험을 공유하며 비행하는 편대 비행이 더 재미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경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은 멀리 시화호, 공주, 태안반도, 담양, 섬진강, 제천 등에서 가까이는 함안, 고령, 영덕 등이 있다. 그러나 대도시나 공항 근처 등 금지구역만 아니면 착륙하지 않고 어디든 날아갔다 올 수 있다.

류재문 교관은 "동호회가 결성되고 잘 운영되는 것은 비행이란 것이 지식과 정보, 경험 공유 없이는 실력이 업그레이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경험담 공유를 통해 직'간접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행이 위험한 것은 비행기보다는 비행하는 사람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사고는 교만에 빠져 사전점검과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 발생한다. 충분히 탈 수 있을 정도의 바람이라도 풍속이 40㎞ 이상만 되면 과감히 포기하고 시야가 확보될 때만 비행하는 것이 이 클럽의 가장 기본 원칙이다. 이에 2005년 이후 단 한 건의 경미한 사고도 없었다.

또 비행기 중 작고 장난감 같은 경비행기가 가장 불안하고 위험할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안전하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조종사가 직접 본체와 바퀴 등을 조종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단순한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 비행 중 비상시에 엔진을 끄고 내려올 수 있는 비행기도 경비행기밖에 없고, 낙하산이 있는 비행기도 경비행기뿐이다. 문제가 생기면 조종사가 아닌 비행기 자체 낙하산이 펴져 동체를 매달고 내려온다. 게다가 경비행기는 수송기나 화물기처럼 날개가 동체 위에 있는 '고익기'여서 상대적으로 둔하지만 더 안전하다. 이에 이곳 회원들은 '내가 타는 비행기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다.

이들은 비행을 통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을 선물 받기 때문에 오늘도 하늘을 난다. 백승호(58) 씨는 "내가 꿈꿔왔던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생업에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며 "일상에서 벗어나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덤이다. 하늘을 날면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다.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예찬론을 폈다.

류재문 교관도 "경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는 우리나라 산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동해 '눈물을 흘리거나'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회원도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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