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후 주자가 안 보인다.'
19대 총선이 끝났지만 대구경북 정치권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전석 석권'을 기록했지만 당선자 면면을 보면 지역을 대표할 만한 대선주자급의 정치스타는 물론 가능성 있는 새 얼굴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 대표나 국회의장급도 없다. '대구경북 정치권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탄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자칫, 연말 대선에서 실패라도 한다면 지역 정치권은 5년 후가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권력의 '진공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은 당장 연말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맞수로 거론되고 있다. 또 원희룡'남경필'김태호 등 여권 인사와 안희정'송영길 등 야권 인사들이 타 지역에서 차차기 대권을 노릴 만한 40, 50대 '예비 거물'들로 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타'가 없다. =대구경북 정치권은 그동안 '약골'이란 조롱 속에서도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박근혜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존재감만으로도 지역을 대변해 왔다. 정치권의 누구도 정면으로 맞설 수 없는 '포스'와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진 결과였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박 위원장은 지역을 떠나 비례대표가 됐다. 그 빈자리가 커 보인다. 대타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더구나 '다선의 무게감 있는 정치인을 키우는 데 10년도 넘게 걸린다'는 사실도 지역 정치권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새누리당 내에서 연말 대선 후보 경쟁이 사실상 끝난 만큼 '포스트 박근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대상에서 대구경북은 일단 제외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차세대 그룹이 성장하고 있다. 이웃한 부산'경남만 하더라도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 등이 차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새누리당에서 차차기 대권 경쟁에 내세울 만한 후보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차라리 이번 총선에서는 실패했지만 야권의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대구경북의 노무현' 깃발을 들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선택'집중, 정치적 의도 필요'=수도권과 부산경남 등 타 지역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때 지역의원들은 박근혜라는 큰 인물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물 부재론'도 박 위원장의 존재가 워낙 컸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많다. 박 위원장의 그늘 아래서 비교적 편안한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포스트 박근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박 위원장이 2인자를 키우지 않는 리더십을 가진 탓도 컸다.
한 명의 걸출한 '스타 정치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인이 대선주자급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회 입성, 당권 경쟁, 입각 등 역량을 키우고 검증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재인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냈고 이장과 남해군수 출신이었던 김두관 경남지사는 행자부장관 입각을 거쳐 경남지사를 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도 40대에 광역단체장으로 등장한 덕분에 야권 차차기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은 이명박'박근혜 이후 이렇다 할 인재를 키워내는 데 실패했다. 3선 의원급이 많지만 대선주자급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무게감이 부족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정치인들은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거목 아래서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다 보니 대외 경쟁력에서 외지 정치인들보다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발등의 불은 연말 대선'이라고 선을 그은 뒤 "자칫 연말 대선에서 재집권에 실패할 경우 지역정치권이 무기력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선 승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그다음에는 '포스트 박근혜'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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