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군사력 강조하고 변화 외면하는 김정은 체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처음으로 공개 연설을 했다. 김정은은 20분간 연설하면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치하해 3대 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했고 주체사상과 선군 통치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화가 중요하지만,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고 말해 군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과 비슷한 모습을 연출, 세습의 적자임을 과시하면서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선보임으로써 김정일의 선군 혁명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동시에 나타냈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았고 '경제강국' 달성을 과제로 언급, '강성대국' 진입 실패를 우회적으로 자인했다.

김정은이 기존 노선을 고수하겠다고 한 것은 충분히 예상됐지만 우려스럽다. 북한 주민들의 1년치 식량 분에 해당하는 비용을 들여 강행한 광명성 3호 발사 실험이 실패했는데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체제 안정을 위해 군사적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내부 불만을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국제적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공존하고 인정받으려면 대결적 노선을 완화하고 북한 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김정은이 내부적으로 지시했다는 중국식 자본주의 모델을 도입하고 확대시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만이 체제 안정에 더 도움이 되고 동북아에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에 대응하면서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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