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황금1동 한 아파트 뒤편 범어공원 산책로. 이곳은 산책 나온 주민들로 하루종일 붐비는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곳곳에 알루미늄 파이프로 기둥과 뼈대를 만들고 비닐로 주변을 감싼 배드민턴장이 들어서 있었다. 배드민턴장을 짓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벤 흔적과 배수로가 나 있다. 한 배드민턴장 주변에는 의자 등 폐자재와 집기류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막걸리 페트병이 자루 안에 가득 담겨 있는 배드민턴장도 눈에 띄었다.
범어공원 일대에는 이 같은 배드민턴장이 모두 11곳 설치돼 있다. 특히 수성구민운동장에서 '나야 대령' 참전비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6개의 배드민턴장이 밀집돼 있다.
산책 나온 김철호(45) 씨는 "배드민턴장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며 "쾌적한 분위기를 즐기러 산책 왔다가 오히려 기분을 잡치는 때가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 배드민턴장은 상당수가 행정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설치한 불법 시설물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범어공원은 당초 조성계획에 따를 경우 배드민턴장을 5개만 설치할 수 있다.
한 시민은 "대구시민의 땅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데도 단속조차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비를 요구했다. 인근 주민 전태인(56) 씨는 "동호회가 자기들 편의대로 배드민턴장을 마구 지어 공원 미관을 해치고 있다. 대구시나 수성구청이 배드민턴장을 한곳에 모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부 주민들은 배드민턴장이 개방돼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60대 한 주민은 "낮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배드민턴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경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배드민턴장의 현황이나 실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2005년 도시공원녹지법이 개정되면서 공원 내 시설부지 면적 비율이 제한을 받으면서 동호회들이 앞서 설치한 체육시설이 정리되지 않은 곳이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수성구민운동장 인근에 계획 중인 실내체육관이 완공되면 무단으로 설치된 배드민턴장을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배드민턴장을 관리하는 한 동호회 관계자는 배드민턴장을 무단으로 설치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실내경기장이 없는 탓으로 돌렸다. 한 동호회장은 "시나 구청 허가 없이 무단으로 지었지만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깨끗이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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