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엑스코가 '내우외환'(內憂外患 )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경북 한울타리에 군소 전시'컨벤션 시설이 잇따라 설립돼 과잉 중복 우려가 커지고 있고, 밖으로는 경쟁 지자체들의 전시'컨벤션센터 확장 및 신규 건립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영을 위해 엑스코 인근 한국패션센터 건물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주변 지역의 복합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우
2015년 7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각종 유통 시설과 함께 컨벤션'연회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3개 홀 800석 규모로 엑스코(34개 홀 2천900석), 호텔 인터불고(13개 홀 2천 석)에 이어 지역 세 번째 크기다.
도심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다는 입지적 장점까지 고려하면 지역 컨벤션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환승센터 컨벤션 시설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대구 엑스코다. 지난해 5월 제2개관을 통해 2배 확장된 엑스코는 기존 전시회 위주 사업에서 컨벤션 영역을 발굴해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코 측은 "지난해 2배 확장은 지역 전시컨벤션산업 육성을 위해 대구경북 경제통합 사업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환승센터에 컨벤션 시설이 들어서면 엑스코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지역 전시컨벤션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과잉 중복 투자 논란에 휩싸여 왔다.
지난 2010년 국내 13번째 컨벤션센터인 구미코(GumiCo)가 구미 국가산업단지(4공단)에 개관한 데 이어 경북도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방폐장 유치지역 주민 지원사업으로 2014년까지 경주 신평동 보문단지 4만3천300여㎡ 부지에 컨벤션 센터를 건립한다. 내년에는 대구경북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울산 북구 강동동 워터파크지구에도 대강당과 중'소 강의실 8개를 갖춘 컨벤션홀이 들어설 예정으로, 좁은 지역에서 이웃 간 출혈 유치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외환
다른 대도시들은 전시컨벤션 복합단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달 12일 대전 도룡동 대전컨벤션복합센터 부지에는 지상 18층, 지하 2층 규모(312개 객실)의 '롯데시티호텔' 기공식이 열렸다. 2016년 준공을 목표로 모두 700억원이 투입되는 특급호텔이다. 대전시는 특급호텔 건립과 함께 대전컨벤션센터 주변에 위치한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및 대전무역전시관을 연계 개발해 국내 컨벤션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롯데쇼핑'롯데월드와 대전엑스포과학공원(58만㎡) 내 대규모 복합테마파크 조성(사업비 6천억원)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2월에는 대전무역전시관을 인수해 기존 4천200㎡ 전시공간을 2만㎡까지 확대키로 했다.
경기도 역시 전시컨벤션 복합단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는 킨텍스 제2전시장을 개관했다. 제2전시장(5만5천여㎡)과 제1전시장(5만3천여㎡)을 합산한 전시면적은 10만8천여㎡ 수준. 국내 1위, 아시아 5위, 세계 34위 면적이다. 경기도는 킨텍스 주변에 호텔, 공항터미널, 차이나문화타운, 스포츠몰, 아쿠아리움 건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 벡스코는 6월 전시장 확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확장공사가 완료되면 전시장 규모(4만6천여㎡)가 대구 엑스코(2만6천여㎡)보다 2만여㎡, 서울 코엑스(3만6천㎡)보다 1만㎡나 증가해 국내 2위로 올라선다.
◆활로
대구 엑스코도 최근 경쟁 지자체들의 규모 공세에 대응해 전시 공간 추가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엑스코 주변의 옛 한국패션센터 건물을 인수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대구시와 협의하고 있는 것. 지금 공간으로는 2013년 세계에너지 총회, 2015년 세계물포럼 등 수만 명이 다녀가는 매머드급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엑스코 추가 확장이 근본 대안은 될 수 없다. 경쟁 지자체들이 전시컨벤션산업을 호텔, 복합테마파크 개발 등과 연계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대구 역시 엑스코가 위치한 북구 검단동 종합유통단지를 활용해 전시컨벤션 복합단지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지난해 말 엑스코 주변 1㎞ 안에 걸쳐 숙박, 위락, 식당, 근린생활시설을 밀집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있다. 시는 장기적으로 2020년까지 10년간을 사업 기간으로 잡고 있고, 민자 사업비 조달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전국 전시'컨벤션센터 중 해만 떨어지면 적막강산으로 변하는 곳은 엑스코가 유일할 것"이라며 "전시컨벤션은 황금알을 낳는 신성장 산업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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