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이 쓴 글을 쉽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시대다. 굳이 책으로 출판하지 않더라도, 완성도 높은 글이 아니어도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 교육 관련 글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와 일반인 가리지 않고 무수히 많은 글이 인터넷상에서 떠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글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사들이 직접 쓴 책이 더욱 눈길을 끈다. 대구 교사들이 최근 출판한 책들은 내 고장 이야기부터 디베이트, 창의적체험활동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하다.
◆우리 고장의 구수한 옛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나는 달성군 이야기 전도사'.
심후섭(59) 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아동문학가다. 그가 최근에 달성군 곳곳에 얽힌 이야기들을 묶어 책으로 펴냈다. '옛날 옛날 우리 마을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펴낸 책 중에선 60번째 작품. '부모님과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우리 고장 달성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했단다' '~했대' 식의 구어체 표현으로 구수함을 더했다.
'이야기가 가장 좋은 교육 수단'이라는 것이 심 교육장의 평소 소신이다. "스토리텔링, 곧 이야기는 교사와 학생 간, 부모와 자녀 간 마음을 이어주는 것이자 문화의 씨앗입니다. 차이코프스키가 '백조의 호수'를 작곡할 때, 로댕이 '칼레의 시민'을 조각할 때, 피카소가 '게로니카'를 그릴 때 모두 듣고 찾아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거죠."
이 책은 심 교육장이 10여 년 동안 틈틈이 모은 이야기들 가운데 달성군 9개 면에 전해오는 이야기 45편을 엮은 것. 그가 엮은 이야기들에는 효(孝), 우정, 정직, 희생정신 등 귀감이 될 만한 주제들이 녹아 있다. 그는 이 같은 이야기들을 수집하기 위해 달성군청 홈페이지와 달성문화원, 달성군지와 달성군사 등을 뒤졌고 주말마다 펜과 수첩, 카메라를 든 채 달성군 구석구석을 누볐다. 일일이 현장을 확인하려고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우리 고장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어 달성군의 이야기들을 모았어요. '누가 그 이야기를 알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물어물어 그 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죠. 이름 모를 촌로(村老)들에게 막걸리를 대접해가며 옛 기억을 끄집어내도록 한 것도 여러 번이에요."
심 교육장은 학남초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교육행정관료의 길을 걷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교단에 있다. 여러 직함이 있지만 그는 후세에 이야기 저술가로 기억되고 싶어한다. "퇴임하게 되면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될 생각입니다. 언제까지나 아이들 곁에 있고 싶어요."
◆창의적체험활동 길라잡이
'창의적체험활동이 궁금하십니까?'
도입 2년째를 맞은 창의적체험활동은 주입식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교육과정. 자율, 진로, 봉사, 동아리활동이 그 영역이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어떤 활동을 하고, 활동 기록은 어떻게 해야 진로 설정과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지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고민 중이다. 학생을 이끌어야 할 입장인 교사들조차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다.
대구 초'중'고교 교사 8명이 창의적체험활동을 제대로 정착시켜보려고 머리를 맞댔다. 10일 펴낸 창의적체험활동 안내서 '얘들아, 창체와 놀자'는 그러한 노력의 첫 번째 결과물. 대구시교육청 창의적체험활동 지원단 소속 교사들이 만든 대구융합창체연구회의 김영보(송현여고) 교장과 김태령, 나경미, 윤이나(이상 관천중), 박시현(다사초교), 배근범(신당초교), 정재승(달성고), 손종호(경암중) 교사가 함께 썼다. 창의적체험활동에 대한 개념 설명과 더불어 실제 학생들의 활동 후 남긴 작품과 에듀팟 기록 사례, 교사들의 해석 등이 담겨 있다.
대표 저자인 윤이나 교사는 책을 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사실 '이름을 알려보려 하는 것 아니냐' '무엇인가 이득이 있으니 어려운 일을 하는 것 아니냐' 등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창의적체험활동을 현장에 적용할 것인가' 등 연구회가 고민한 내용을 교육 구성원 전체가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글을 쓰는 작업 자체도 난관이었다. 나경미, 배근범 교사는 학생들이 창의적체험활동을 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과 그 속에 담겼던 노력까지 모두 글에 담겠다는 욕심을 떨치기 힘들었기 때문. "사진과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경험을 활자로 바꾼다는 게 너무 힘든 작업이었어요. 그래도 소수의 잘하는 학생들보다 대다수 평범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데 위안을 삼습니다. 교사들의 교육 기부라고 볼 수 있겠죠."
이들이 다음에 펴낼 책은 '샤샤의 창의적체험활동 여행기'. 한 중학생이 일상생활 속에서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설 형식으로 꾸민 글이다. 손종호 교사는 연구회가 쓰는 책들이 대구 교육이 한 단계 성장하는 데 시금석이 되기를 바랐다. "학교가 주도하는 활동만으로는 대구교육이 변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지역사회도 함께 나서줘야 합니다. 이 책이 그 같은 변화를 일으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생 위한 디베이트는?
'디베이트(Debate), 이렇게 해보면 어때요?'
일정 주제를 정해 찬반 토론을 거쳐 승패를 가리는 것이 디베이트.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우자는 흐름 속에 대구시교육청 또한 올해부터 각급 학교에 디베이트 클럽을 조직하게 하는 등 디베이트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디베이트 관련 책자가 잇따라 선보이는 가운데 대구 초교 교사 두 명이 '창의와 인성을 배우는 디베이트'라는 책자를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병소(태전초교), 유호진(칠성초교) 교사가 공동 저자인 이 책은 '워크북'이라는 부제처럼 디베이트 개념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안내서라기보다는 교사, 학생들을 위한 '실전용' 학습장. 2008년 학남초교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토론 수업 연구에 매달렸던 인연으로 디베이트에 눈을 떴고, 책을 쓰는 데까지 힘을 모으게 됐다.
이들이 직접 책을 펴내게 된 것은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교재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 이 교사는 마음에 드는 교재가 없자 유 교사에게 연락, 책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중에 나온 책은 대부분 중'고교생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디베이트 수업이 첫발을 내디딘 터라 서둘러야 했어요. 결국 3월 한 달간은 꼬박 밤을 새우다시피 했죠."
그래도 둘의 궁합이 잘 맞은 덕분에 진행 속도는 빨랐다. 이 교사가 책의 전체 맥락을 잡으면 유 교사가 글을 쉽게 다듬었다. 2009년 동화 부문에서 대구문학신인상을 받았던 유 교사의 경력이 빛을 발한 셈. 유 교사는 초등학생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야기 형식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령 '달리기와 수영 중 어떤 운동이 좋을까'란 주제를 그대로 제시하기보다 이야기로 만들어 적었습니다. '뚱뚱한 아이가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자신에게 어떤 운동이 좋을지 이것저것 따져본다'는 식으로요."
두 교사는 욕심이 많다. 현장에서 하루빨리 사용하려고 서둘러 만든 탓에 이 책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또 다른 책도 펴낼 작정이다. "이 책은 이곳저곳 손볼 데가 많아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한참 더 다듬어야 합니다. 또 디베이트 이론서와 결과물을 담아낸 책도 구상 중이고요.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멉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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