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개월 젖먹이 죽이려한 엄마 용서받은 사연은

임신 후 남편 실직 생활고, 육아 스트레스 산후우울증 "정상참작"

생후 4개월된 자식을 죽이려했던 엄마가 사법기관의 용서를 받았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16일 4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질식시켜 살해하려한 혐의로 입건된 L(33'여) 씨에 대해 검찰 시민위원회의 '기소 부적정 의견'을 반영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여러 상황이나 범행 동기, 정황 등을 참작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검찰에 따르면 L씨는 지난 2월 1일 오후 10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자신의 집에서 4개월된 아이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살해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L씨는 아기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숨을 쉬지 않자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에게 알린 뒤 병원으로 옮겨 아기 목숨을 살렸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L씨는 다음날 오전 홀로 경찰서를 찾아와 자수했다.

살인미수라는 중죄를 저지른 엄마가 형사 처벌을 피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L씨가 전과가 없고, 임신 후 남편이 실직하면서 찾아온 극심한 생활고와 육아 스트레스로 산후우울증에 시달린 점에 주목했다. 사내 연애로 만난 L씨 부부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실직한 후 전혀 수입이 없었고, 그나마 모아둔 돈도 모두 생활비로 썼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남편은 만성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또 L씨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아이를 키울 사람이 없고, 남편과 시어머니가 L씨의 처벌을 원치않는 점도 감안했다.

검찰은 고심 끝에 검찰 시민위원회에 기소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 시민들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시민위원회는 L씨가 형사 처벌을 받기보다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잘못을 속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아기에게 엄마 품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해 만장일치로 '기소 부적정 의견'을 냈다.

서부지청 관계자는 "L씨가 비록 중죄를 저질렀지만 주변 여건을 살펴보면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많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편도 치료가 끝나는대로 직장을 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부부 사이도 더 좋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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