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업 직원이 없어요…때아닌 인력난 '울상'

대기업 숙련공 빼돌려,근로법 휴일근무 막아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섬유업계에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와 근로기준법 개정 등으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섬유업계에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와 근로기준법 개정 등으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대구 섬유업계가 때아닌 인력난을 겪고 있다.

1, 2월 주춤했던 섬유경기를 지나 계절적 성수기 도래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소비심리 개선 등 호재 속에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지만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와 근로기준법 개정 등 연이은 악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력 빼가기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 2월은 글로벌 경기 불안정 등의 요인으로 재고소진 지수가 83.2로 나타났으나, 향후 95.3까지 개선될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채산성 지수도 점진적인 매출회복 기대심리로 87.8, 86.4로 좋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력수급은 평소와 차이 없이 다소 낮은 78.9로 나타나 여전히 기능인력 중심의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와중에 대기업이 파격적 임금안을 제시하며 숙련공 모집에 나서 인력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 섬유업체 대표는 "새 집기를 도입한 대기업이 지역 평균보다 40% 높은 임금을 제시하며 사원 모집에 나섰다"며 "인력 빼가기용 임금 인상은 지역 영세 업체들의 도미노 경영악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 섬유업계 숙련공 임금은 통상 하루 5만원 수준이지만 B사는 7만원 이상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구 섬유업계는 인력 모집에 나선 업체가 지난해 연사기 400대를 도입한 대기업 B사로 지목하고 있다.

대구직물조합 이의열 이사장은 "고임금을 제시하며 직원들을 빼가려는 분위기가 있어 대구섬유업계 차원에서 B사에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며 "대기업 자금 공세는 지역 섬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B사는 "높은 임금을 미끼로 지역 숙련공을 스카우트한 적도 없으며 시도한 사실조차 없다"고 해명했다.

◆새 근로기준법도 복병

최근 정부에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논의도 섬유업계 반발을 사고 있다. 통상 성수기에 하루 8시간씩 3조 3교대(또는 2조 2교대)를 시행하는 원사, 직물, 염색 등 공장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4조 3교대를 시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제한할 경우 현재 2조 2교대 또는 3조 3교대 근무체제를 4조 3교대 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에 따라 30% 정도 인력의 추가 고용이 필수적"이라며 "안 그래도 심각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추가 인건비 지출로 채산성이 악화해 자칫 공장 가동이 멈추는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때문에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대한방직협회, 한국화섬협회 등 섬유패션 관련 8개 단체는 지난주 고용노동부가 휴일 근로를 연장 근로에 포함해 근로 시간을 연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침에 대해 현행 근로기준법을 유지해 달라고 건의했다. 섬유업계는 노동집약적 특성이 강한 반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력난이 심각해 추가 인력 확보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추가 인력 확보가 불가능하므로 이번 조치로 공장 가동이 멈출 경우 기존 일자리마저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행 제도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휴일 근무도 연장 근무에 포함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 노사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6월 새 국회가 꾸려지면 제출할 계획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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