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2년 4월 15일 이 유언장을 쓴다. 내가 죽으려는 이유는 학교 폭력 때문이다. 나는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 친구도 있다. 그런데 내가 죽으려는 이유는 우리 반에 있는 ×××이란 놈 때문이다."
16일 영주의 한 중학교 2학년 A(13)군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A군이 유서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와 '폭력서클' 가입에 따른 괴로움을 적나라하게 나타내 충격을 주고 있다. A4 용지 한 장의 양면에 썬 A군의 글에는 자신을 괴롭힌 친구와 폭력서클 가입과 관련한 얘기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A군 아버지(46)는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A군 아버지에 따르면 A군은 이날 오전 7시 50분쯤 학교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지 5분 뒤 다시 되돌아왔다. A군은 출근 준비 중인 아버지를 보자 "화장실 가려고 집에 왔다"고 말하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은 뒤 현관문에 걸린 우유를 들여놓고는 평소와 다름 없이 '다녀오겠습니다'고 인사를 하고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 그것이 생전의 둘째 아들과 마지막이었다. A군 어머니(42)는 줄곧 눈물만 쏟았다.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 호소
A군 유서에는 '그 녀석은 내 뒤에 앉았는데 교실에서 매일같이 나를 괴롭혔다. 수업시간에 뒤에서 때리고, 쉬는 시간에는 나를 안으려고 하고, 뽀뽀를 하려고 하고, 더럽게 내 몸에 침을 묻히려고 했다'고 적혀 있다. 또 '나는 부하가 되기 싫다. 그 자식과 노는 게 싫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유서에는 '나는 00중학교 2학년 XXX다. 내 가방과 마이와 유언장은 아파트 제일 위 창문 앞에 있다. 누군가 이 유언장을 주웠다면 영주시 …(집 주소)로 갖다줘'라고 적어 놓았다.
특히 이날 오전 8시 54분, 유서에서 지목한 학생에게 '너 내 장례식장에 오면 죽일 거야 꼭'이라는 문자메시지까지 전송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폭력서클 가입에 대한 괴로움 호소
A군은 강제로 폭력서클에 가입한 뒤 탈퇴하지 못하고 있는 괴로움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그는 '최근에는 자신이 만든 무슨 단(어른들은 폭력서클이라 부른다)에 가입하라고 했다. 가입하면 보호해 준다고 했다. 그 헛소리를 듣고 나는 지난 11일 가입한다고 해버렸다'고 후회했다.
A군은 "일단 (가입)한다고 하니 내가 해야 할 일을 말했다. 수업시간을 제외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주말에는 자신과 함께 다녀야 한다고 말을 했다. 나는 탈퇴하고 싶었지만 그놈은 탈퇴하면 더 심하게 괴롭힌다고 했다"고 적었다.
특히 '가입한 상태로 있으면 괴롭히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일단 나는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괴롭힐 거라고. 나는 그 말을 듣고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 뒤 유서 말미에 '엄마 아빠 정말 미안해'라고 썼다.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
A군은 지난해 영주교육지원청 Wee센터의 '정서행동 발달 심리검사'를 통해'자살 위험도 수치 고위험군'이란 판정을 받은 뒤 영주교육지원청 Wee센터 등에서 4차례의 상담치료와 8차례의 원예치료 등을 받았다. 또 올해에는 담임교사와 1회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이 다니던 학교와 영주교육지원청도 A군에 대한 자살 위험도를 감지하고도 결국 A군을 자살로부터 구해내지 못했고, A군은 학교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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