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에서 깨어나는 21세기 실크로드]<제2부>-4. 주마 모스크와 미완성 미너렛

멀리서는 거대했고 다가서면 화려했다

나무는 일생을 서 있으며 하늘을 지향했어도 건축용으로 선발되면 다시 천 년을 서서 그 역할을 다한다. 히바에서 가장 오래된 주마 모스크(사원)에는 나무기둥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목공예의 진수를 보여주는 212개의 기둥이 서 있어 유명하다. 사원의 이름인 주마는 아라비아어로 금요일이라는 뜻으로 한 번에 5천 명이 동시에 금요예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목공예의 진수 주마 모스크

10세기경에 세워졌으나 그동안 수많은 전란을 겪었던 이 목조사원은 여러 번 보수공사가 계속되어 18세기 말경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천장을 받치고 있는 나무기둥들은 역사의 증거물처럼 갖가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 같은 문양은 하나도 없으며 굵기, 받침대도 다르다고 한다. 아름다운 기둥들 간의 간격은 3m, 천장까지의 높이는 5m로 실내가 넓은 이 사원은 두꺼운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장 오래된 기둥은 천 년 전 태양의 왕국으로 불리며 히바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호래즘의 도시에서 옮겨온 것이다. 기둥 4개는 10세기, 25개는 17세기에 만들어진 것. 그래서 각각의 기둥은 나름대로 다른 전설을 함축하고 있다. 대개의 기둥은 굵고 곧게 잘 자란 나무를 잘라 손질해 만들었다. 그 밖의 기둥들은 중세시대 역사의 혼란 속에 파괴된 고건축물의 잔해 중 당시에 온전했던 것을 옮겨와 기둥으로 살려낸 것이다. 더 오래된 기둥은 아무다리아강 바닥 아래에 잠겨버린 호래즘의 수도에 있던 왕궁에서 가져온 것일 수도 있다. 그중에는 아라비아 문자가 새겨진 것도 있다. 18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기둥들에는 전형적인 히바 왕국의 문양 즉 토종 꽃과 식물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오늘날에 와서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기반이 되는 주춧돌들도 같은 모양은 없이 각각 다르게 기둥을 받치며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5m 기둥마다 정교한 문양

전체적으로 어두운 실내는 옅은 안개가 서린 것처럼 신비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천장에는 3개의 창문이 열려 있어 그곳에서 내리비치는 빛이 기둥들을 은은하게 쓰다듬고 있다. 특히 달 밝은 밤에는 은빛으로 쏟아지는 달빛에 음각 양각으로 새겨진 조각들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찾아온 신자들에게는 기도에 몰입하기 위한 좋은 종교적 공간이 되고 있다. 나무기둥들이 한자리에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이라 방문객들은 저절로 숙연해져 침묵이 감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많은 나무기둥들이 실내에 한가득 도열해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위치를 잡고 앵글을 맞추고 있을 때, 찌르렁 하는 소리를 내며 한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 앞으로 지나갔다. 갑자기 나타난 사원 관리인의 아이는 기둥의 중요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리조리 묘기를 부리며 이 역사적인 공간을 놀이터 삼아 즐거워하고 있다. 히바인들의 정교한 건축술과 심오한 미의식 속에 빠져 있던 방문객들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26m 미완성 '짧은 첨탑'

주마 모스크의 어두운 실내를 빠져나오면 머지않은 곳에 화려한 미너렛(첨탑)의 푸른 외관이 사람들을 압도한다. 그런데 탑은 하늘로 높이 뻗어나지 못하고 허리 부분이 직선으로 잘린 원통형 모양이다. 미완성 미너렛으로 불리기도 하는 칼타 미너렛이다. 투르크어로 짧다는 뜻의 이 첨탑은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갖가지 슬픈 전설이 남아있다. 당시의 히바 국왕은 109m 높이의 멋진 첨탑을 세워 그 꼭대기에서 400㎞ 떨어진 이웃나라 부하라 도시를 내려다볼 계획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하라 왕은 기술자들을 매수해서 공사를 중단시켰다. 분노한 히바왕은 달아나고 있던 이들 기술자 모두를 사막에서 붙잡아 압송해 처형했다. 방법은 각각 포대에 넣어 탑 위에서 떨어트려 죽였으므로 공사가 중단됐다고 한다.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이나 사실은 1852년 착공한 지 3년 만에 히바왕이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전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첨탑의 높이는 26m로 중단된 채 남아있다. 미완성이라도 탑신 부분의 유약 타일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다워 더욱 유명해졌다. 당대 최고의 기술자들이 동원되어 녹, 청, 백색 등 갖가지 색상을 구사하며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하였다. 이슬람교는 신의 형상을 만드는 것에 반대했다. 그래서 아름답고 상상력이 포함된 정교한 문양으로 신의 나라를 찬양하였다. 이 칼타 미너렛은 거대한 규모 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 만치 기대를 모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기도처'등대'사형대로 쓰여

원래 미너렛의 용도는 하루 다섯 번의 기도시간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시간이 되면 미너렛 위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코란을 읽었다고 한다. 두 번째는 등대의 역할이다. 사막을 건너온 대상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밤이 되면 횃불을 켰다. 세 번째 용도는 사형대. 첨탑 위에서 죄인을 떨어트렸다.

오늘날에는 주마 모스크와 칼타 미너렛 모두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관심을 끌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건축학적으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는 두 곳 모두 얼핏 보면 단순 소박해 보이나 가까이 다가가 보면 화려하면서도 섬세하여 영상미가 뛰어난 소재들이다. 나아가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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