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학교 폭력 대책, 아이들 잣대로 만들어야

영주의 한 중학생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지난해 12월 19일 역시 학교 폭력 때문에 자살한 대구의 중학생 사건 이후 4개월 만이다. 당시 대구교육청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폭력 서클, 피해 학생 전수 조사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제2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영주 중학생은 자살 고위험군 학생으로 분류돼 여러 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어떤 대책도 그를 죽음으로부터 구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 그동안 학교 폭력에 대한 대책이 얼마나 부실한지 잘 드러난다. 그동안 학교 폭력에 대한 대책은 금품 갈취나 폭행, 학대 등 중대한 범죄 행위에 집중됐다. 하지만 영주 학생 사건은 오랫동안 폭력과 학대에 시달린 대구 학생의 사례와는 달리, 장난처럼 보이는 행동에 끊임없이 반복 노출됨으로써 일어났다. 일반적으로는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겨우 13살인 중학교 2학년생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상처가 된 것이다.

아이들은 수시로 보복 위험에 시달리고 있어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현실을 누구보다 실감한다. 또 상담을 하더라도 자신이 겪는 고통과 사회적인 잣대와는 괴리가 커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는 두 학생이 평소 쾌활하고 교우 관계가 좋았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제2, 제3의 다른 죽음을 막으려면 현재 가동 중인 모든 학교 폭력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잣대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조사나 폭력 서클 조사, 신고 전화 마련 등 행정적이고 형식적인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민감하고 상처받기 쉬운 청소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눈높이를 맞춰 그들의 처지에서 함께 고민하고, 해결 노력을 해야 죽음을 선택하는 절망에서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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