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법 사금융 단속보다 서민금융 확대가 먼저다

정부가 불법 사금융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수사에 나섰다. 불법 사금융의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사금융 관련 상담 및 피해 신고가 2009년 6천114건에서 지난해 2만 5천535건으로 2년 새 4배 이상 폭증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정부의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2009년 4월에도 '불법 사금융 피해 방지 대책'을 통해 대대적 단속을 벌인 바 있다. 그런데도 3년 만에 다시 같은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대책이 약효가 없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은 접근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사금융은 경제문제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지 행정력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불법 사금융의 피해자는 대부분 서민이다. 이들은 신용도가 낮아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서민 대상의 정책금융이 잘 기능해야 사금융 수요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미소금융 등 정부가 공급 계획인 서민금융 규모는 3조 원에 불과하다. 최대 30조 원에 달한다는 국내 사금융 규모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마저도 실제로 대출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일정한 수준의 소득과 신용등급 요건을 갖춰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금융 단속을 하면 불법 사채시장은 더욱 음성화되면서 피해를 더 키울 수밖에 없다. 사금융 단속이 정부가 서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비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력을 동원한 사금융 단속이라는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서민이 사금융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서민금융 지원 체계를 정비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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