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지표는 봄·주머니는 한겨울…춘래불사춘

수출 및 고용 등 경제 지표는 양호하지만 올 들어 체감 경기는 식어가고 있다.
수출 및 고용 등 경제 지표는 양호하지만 올 들어 체감 경기는 식어가고 있다.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가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다.

수출과 고용, 물가 지수 등 각종 경제 지표는 올 들어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내수 시장은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이 줄고 있고 자동차 판매량도 지난해 대비 추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바겐세일에 들어간 백화점들도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지표는 양호해 보이지만 실질 구매력은 떨어져 있는 '괴리현상'이 강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향후 경제전망도 고유가 등 변수로 크게 낙관적이지 않다.

◆지갑 닫는 소비자들

국토해양부가 17일 발표한 3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만6천600여 건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34.8% 감소했다.

대구는 서울과 부산 등 타 대도시에 비해서는 성적이 양호하지만 주택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대구의 3월 아파트 거래량은 3천592건으로 지난해 5천43건보다 1천400여 건이나 줄어들었다. 1천148건이었던 1월과 2천874건을 기록했던 2월에 대비하면 매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사 수요가 많은 3월 거래량으로는 기대 이하 수치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달 들어서는 매매는 물론 전세 문의도 줄어들고 있다"며 "2, 3년 전보다는 상황이 좋지만 지난해 매매량이 늘면서 매매 및 전세 가격이 계속 오르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자동차 시장도 얼어버렸다.

완성차업계의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수출 호조세 덕이다. 사상 최고 주가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5만6천22대를 팔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32만6천637대를 팔았다. 국내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줄어들었다.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24.4%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내수는 12만1천933대로 전년 동월 대비 9% 정도 줄었고 11월에는 11만5천83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정도 하락했다. 특히 올 1월의 경우 9만6천926대로 28개월 만에 월별 내수 판매가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중고차 시장도 얼었다. 대구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넘게 줄었다. 불황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도 못할 만큼 중고차 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경차 매매도 10%가량 줄었다. 조합 측은 "매장에 준대형과 대형 세단 차량이 잘 나가지 않는다. 고유가 때문"이라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그나마 1t 화물차"라고 했다.

백화점 업계 분위기도 비슷하다.

이달 들어 봄철 정기 바겐세일에 들어갔지만 매출이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추운 날씨로 봄 의류가 팔리지 않은 것도 원인이지만 명품이나 고가 의류를 찾는 소비자 발길이 줄어들었다"며 "봄 바겐세일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좀처럼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 답보

체감 경기는 떨어지지만 경제지표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3월 대구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포인트 오른 57.3%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다. 대형소매점 동향도 긍정적이다. 2월 대구의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2천8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1억원 늘었다.

그럼에도 실질 구매력은 떨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형소매점의 판매액이 늘어난 것은 유통업계가 박리다매식의 할인 행사를 집중시킨 효과일 뿐 고물가, 가계부채 등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광호 대은경제연구소장은 "높은 물가상승,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등이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렸다"며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자산 효과가 축소된 것도 국민들이 지갑을 닫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912조원으로 가구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4천500만원에 이른다. 가계부채 문제가 상존하는 이상 지갑을 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은행 역시 16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낮췄다. 3.5%는 지난해 성장률(3.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지난해 4월 4.8%에서 7월 4.6%, 12월 3.7%로 지속적으로 하향 수정됐다. 이번 수정에 대해 한국은행은 "세계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원유 도입가 상승 등 성장률 하락 요인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8% 선에 머물 것으로 추정했다. 이전 10년 동안의 잠재성장률 4.7%보다 1%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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