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친 가족들 밥상머리 둘러앉습니다.
숟가락 네 개와 젓가락 네 벌
짝을 맞추듯 앉아 있는 가족
조촐합니다.
밥상 위엔 밥그릇에 짝을 맞춘 국그릇과
오물조물 잘 무쳐낸 가지나물
신맛 도는 배추김치
나란히 한 벌로 누워있는 조기 두 마리뿐입니다.
변변한 찬거리 없어도
기름기 도는 고기반찬 없어도
이 밥상,
숟가락과 젓가락이 바쁩니다.
숟가락 제때 들 수 없는 바깥세상
시간을 쪼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둘러앉게 한 것은
모두 저 밥상의 힘이었을까요.
어린 날 추억처럼 떠올려지는
옹기종기 저 모습,
참으로 입맛 도는 가족입니다.
서정적인 풍경을 지적으로 옮겨놓는 주영헌 시인의 작품입니다. 밥상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묻고 있네요. 식구(食口)라는 말은 가족의 다른 말인데,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제 식구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도 모를 세상이 되어, 이제 식구라는 말도 무색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날 아침저녁으로 식구들을 한자리에 둘러앉게 한 밥상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옛날에 비하여 밥상은 더 푸짐해졌는데 식구들은 더 허기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나날입니다. 그래서 옹기종기 밥상에 둘러앉아 입맛 도는 가족이 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되었나 봅니다.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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