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양의 물감, 한국의 색감을 품다

서양화가 이원희 3년 만에 대구 전시회

"우리가 유화를 너무 어렵게 접한 건 아닐까요?"

서양화가 이원희의 설악산 설경이 어딘가 눈에 익다. 유성물감으로 그린 유화지만, 그 구도와 색감이 마치 수묵화같다. 한국적 풍경을 잘 담아내기로 유명한 작가가 오랜 연구 끝에 새로운 화풍을 발표했다.

"요즘은 풍경을 수묵화처럼 풀어내려 해요. 겸재 정선이나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어렸을 때 유화를 배우기 전의 느낌이 나오거든요. 유화도 한국적으로 풀 수 있는데 먼 길을 돌아온 거지요."

작가는 유럽이나 러시아를 돌아보며 그곳의 화가들은 유화를 의외로 쉽게 그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리 미술 교육은 유화를 지나치게 어렵게 접근해온 것.

우리는 너무 고뇌하며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에 천착해 우리의 손맛으로 유화를 풀어보기로 했다.

작가는 한국적 유화를 연마하기 위해서 겸재와 단원의 그림을 유화로 그려보기도 했다. 오히려 그들이 느꼈던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재료의 문제만 극복하면 충분히 우리도 유화를 우리식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수묵화는 수성이어서 번지고 스며드는 효과가 크지만 유화는 점성이 강하죠. 서양화는 외국에서 들어온 장르인 만큼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대구에서 3년 만에 전시를 여는 작가는 설악산의 설경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설경은 그 자체로 색이 많지 않아 수묵의 효과가 있고, 눈으로 덮여 나무로 이루어진 산과는 또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또 산을 바라보는 시점 또한 낮아졌다. 작가가 사랑하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풍경도 선보인다.

지난해는 설악산 설경을 주제로 중국에서 두 차례 전시를 열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시는 24일까지 갤러리제이원에서 열린다. 053)25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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