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건축학 개론'의 흥행과 논쟁

멜로가 극장가에서 이렇게 흥행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전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너는 내 운명'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각각 2005, 2006년 작품이다. 또한 해당 작품들은 일정 부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통 멜로가 이야깃거리를 생산하는 등 사회적 반향으로 다가오는 것은 유지태, 이영애 주연의 '봄날은 간다' 이후 사실상 처음이 아닌가 한다. 과연 '건축학개론'의 어떤 부분이 관객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가장 먼저 관객들을 자극한 것은 첫사랑과 돌아갈 수 없는 날들에 대한 향수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법한 젊은 날의 사랑과 다시 경험할 수 없기에 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는 과거에 대한 기억에 관객들이 공감을 보낸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설정에 따른 캐스팅이다. 10대와 20대의 선호도가 높은 떠오르는 아이콘인 '수지'와 '이제훈'은 물론 30대에서 폭넓은 팬층을 확보한 '엄태웅'과 '한가인'의 기용은 예상대로 세대별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가적으로 진부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 멜로 요소에 '건축'이라는 소재를 가미함으로써 해당 재료가 실질적으로는 영화의 이야기 흐름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 않음에도 새로운 정서로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것 역시 한몫했다.

한편 앞서 이야기한 대로 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다 보니 영화에 대한 각양각색의 평가와 함께 다음과 같은 논쟁도 있다.

우선 영화가 남성주의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첫사랑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의 영화에 대한 별점을 확인해 보면 남성관객의 평점이 여성 관객에 비해 0.5점 정도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야기의 주 전개 자체가 남자주인공인 '승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남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의 승민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연애에 있어서의 소극적인 태도가 도마에 올라 있는데 중고교에서 공학생활을 해보지 못한 당시의 정상적인 대학 초년의 남학생들은 대개가 그러했음을 필자는 확신한다.

다음으로 일부 평론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영화 속 인물들과 이야기가 과거라는 기억의 시공간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윤색하고 시대는 퇴색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의견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을 거부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기억하거나 다시 회상하기를 원치 않는다. 지금의 현실이 고달프고 건조할수록 과거만이라도 아름답게 미화하거나 원하는 것만을 떠올리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모종의 강박에 의해 제어된다면 관객들은 오히려 영화를 통해 다시금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논쟁 자체가 반가운 것은 액션과 판타지 등 다른 장르의 틈바구니에서 갈 길을 모색하던 우리 멜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증거인 까닭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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