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수는 등록 장애인 260만 명 정도와 비등록 장애인을 합해 인구 전체 대비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많은 장애인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각종 장애인 시설과 가정 내에서 사회와 격리되다시피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받는 사회적 차별은 사람들이 가진 기본적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의 장애인 차별금지 관련 법 제정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에 관련된 언론의 보도 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은 시청각장애인 남편과 키가 남편의 허리를 조금 넘는 지체장애인 아내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은 세상과 단절, 방치된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비장애인들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의 각종 시스템, 고용시장, 대우 등 그들이 받는 고통이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봉사자 한 분의 소개로 한 시골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집 아래채에 열일곱 살 장애인 친구가 자물쇠로 잠긴 방에, 혼자 어두컴컴한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 친구의 부모님이 밥과 반찬 몇 종류와 물과 요강을 방안에 넣어놓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일을 나가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은 정말 무거웠을 것이다. 어려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적절한 조치를 할 시기를 놓쳐 장애를 얻은 후 17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외출도 하고 세상과 소통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자신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눈길과 얼굴 찌푸리고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거나 장애를 얻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선천적 후천적 요인들로 인해 지금도 장애인의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누구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얻을 수 있는 환경적 요인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오늘 건강한 내가 내일도 건강한 사람으로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내가 은연중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았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내일 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장애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들도 나와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인격체임을, 그들도 능력이 있음을, 그들도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임을 인정하자.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 피부색, 종교의 차이 등을 가지고 있듯 장애는 이처럼 사람마다 지니는 '차이'에 불과하다.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사회라는 것은 우연하게 여러 사람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여 있는 인간의 무리가 아니고 일정한 원리와 이유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간들의 총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역할을 하든 심지어 신체상의 어떤 장애가 있든 사회생활을 통해서 그 자신과 그가 속해 있는 사회를 발전시키고 향상시킬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선진국은 경제적으로만 성장한 국가가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된 국가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장애란 겉으로 드러난 장애가 아니라 그들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속에 장애물을 쌓고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진우 성요셉요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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