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회는 왔다" 사자머리 송창호의 '불꽃 투혼'

대구FC 중원 지휘자 역할…팀 3연승 해결사로 등장

대구FC가 시즌 초 지난해 꼴찌팀인 강원FC에 0대2 충격패를 당하자 '해결사'로 등장해 팀을 3연승으로 이끈 선수가 있다. '사자 머리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대구FC의 불꽃 전사', 수비형 미드필더 송창호(사진)다.

그는 올 시즌 전 포지션이 겹치는 경쟁자 송한복에 밀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팀의 세 번째 경기인 인천 유나이티드전부터 6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풀타임 소화하며 '강해진' 대구FC의 중심에 우뚝 섰다.

올 초 브라질 전지훈련 때는 물론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안정된 수비력과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난 송한복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고 송창호가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형국이 예상됐고, 실제 송한복은 개막전인 FC서울과 강원FC와의 두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그러나 1, 2라운드를 치른 뒤 모아시르 페레이라 대구FC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리는 '더블 볼란치'(Volante'수비형 미드필더)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송창호가 그중 한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수비력이 좋은' 송한복과 '공격력이 좋은' 송창호 간의 치열한 수비형 미드필더 싸움이 예상됐지만 '더블 볼란치'로의 전환이 송창호에게 호재로 작용한 것. 송창호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파이팅이 넘치는 게 장점이면서도 이 때문인지 그동안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지난달 인천전에서 특유의 공격력에다 허리에서의 공수 전환, 원활한 경기 조율, 게다가 수비 능력까지 선보이면서 페레이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페레이라 감독도 "수비도 아주 좋다. 지금까지 잘못 안 것 같다. 수비력까지 갖췄다"고 칭찬할 정도다. 이후 장점인 킥력과 '명품' 스루패스에다 미드필드에서 상대 공격을 끊는 능력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 등 단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력까지 인정받으면서 대구FC 중원의 지휘자로 자리 잡았다.

실제 지난달 25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전반 37분 레안드리뉴와 공을 주고받다 순식간에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돌파해 들어가 기가 막힌 패스로 지넬손에게 슈팅 기회를 제공하는 공격력을 뽐냈고, 지난 11일 경남FC 전에선 전반 10분 상대 공격 시 중앙에서 공을 뺏어 역습으로 전환시키는 수비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송창호는 "브라질 전지훈련 때부터 감독님과 미팅을 많이 가졌는데 그때마다 '수비도 공격 못지않게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셔 올 시즌 수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비에는 약한 걸로 알려졌는데 수비력이 가장 큰 단점인 것은 맞다. 그러나 못한다기보다는 공격에 비중을 더 둬서 그렇게 보인 점도 없지는 않다"며 "사실 지난해는 '어떻게 하면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까' 생각했는데 올해는 팀을 위해 수비에 우선을 두고 기회가 생기면 공격하는 걸로 마음을 고쳐먹고 수비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볼란치=포르투갈어로 '방향타'를 의미하는데, 축구에선 상대의 공격을 끊는 수비력과 팀의 공격 방향에 맞춰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 능력 등 공격력을 고루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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