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도 안 된 아이들이 한 해에 760만 명씩 기아로 목숨을 잃습니다. 생명을 살리고 또 살 수 있게끔 하자는게 제 소명입니다. 나아가 잘 하는 것을 잘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어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두 번째 임무도 있구요,"
류종수(49'사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신임 사무총장은 넉넉한 풍채만큼 마음도 넉넉해 보였다. 무작정 찾아갔지만 대화는 끊기지 않았다. 준비된 사람이었다. 인터뷰 말미 '기부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완벽하게 설득당한 것이다.
"왜 한국에도 불행한 아이들이 많은데 세계 각지의 아이들을 돕냐는 물음을 받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뉴욕을 떠나기 전날 그러시더군요. '나도 유니세프에서 주던 우유를 먹으며 끼니를 때웠네.' 유니세프가 한국에 손을 내밀었고 반 사무총장이 탄생했습니다. 제2, 제3의 반 총장이 나오려면 전 세계에 골고루 눈을 돌려야 합니다."
류 사무총장은 대구 청구고를 졸업한 뒤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 뉴욕 포담대에서 사회복지정책을 전공했다. 복지가 화두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 뒤 삶은 변했다. 대학원에 다니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같은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에서 모금이 사회를 바꾸는 것을 목격한다. 아시아인 최초이자 최연소 타이틀로 뉴욕 Flushing YMCA 이사장, 세계빈민아동 구제기금 모금 공동위원장, 뉴욕가톨릭재단 경영 부총장, 유엔재단 상임고문을 역임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며 이번 사무총장 공채에 응모해 지난달 선출됐다. 4개월의 검증 기간을 통과했다.
"선진국은 기부자의 취향을 파악해 기부 분야를 세분화합니다. 자신이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거울 보듯 확인하고 평가하죠. 그러면 기부는 확대되고 선순환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만들어서 기부문화를 넓혀야죠. 기업의 기부도, 개인의 고액 기부도."
한 연예인은 지난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5천만원을 내놨다. 한 기업 경영자는 비즈니스석 대신 일반석을 타며 남는 100만원을 서른다섯 차례 기부했다. 한 유대인 사업가는 30년간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 돈이면 주식에 투자하지 왜 기부를 하냐는 질문에 "죽는 돈을 만드느냐, 사는 돈을 만드느냐. 그걸 항상 고민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가진 것이 많다는 자기 긍정, 자기 충만, 자기 부유에서 나옵니다.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선한 마음을 쓰냐 마냐의 문제죠. 매일 아침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십시오. 나는 최선을 다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가?"
그는 모금 전문가가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절한 도움이 제공되는 시스템 개발자이자 경영자였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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