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저기요'

최근 대구와 영주에서 두 명의 학생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유서를 쓰고 스스로 삶을 접었다. '삶'이라는 낱말의 뜻을 알기는커녕 생각조차 않았을 13살, 14살짜리 중학교 1, 2학년생이었다. 유서에 적은 내용을 보면 이렇게 될 때까지 주변에서 왜 도움을 주지 못했을까 할 정도로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한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영주 중학생 사건이 일어난 지 하루 만인 17일에는 자신의 적성과 공부 사이에서 고민하던 안동의 여중생이 또 죽음을 택했다. 이 여학생도 겨우 14살이었다.

청소년은 자살하기 전에 몇 가지 징조를 보인다고 한다. 직'간접적인 행동이나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거나 죽음을 암시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중요한 소지품을 다른 이에게 주는 행위 등이다. 이어 우울증이 나타나고, 단계가 지나면 갑자기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는 태도가 된다. 겉으로는 일상생활로 돌아온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결심을 실행할 준비가 다 됐다는 것을 뜻하는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요즘 학교에서는 정서행동발달심리검사를 한다. 그 결과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학교나 교육청에 설치된 wee 센터에서 상담 치료를 받는다.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 치료를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영주 학생은 학교에서 몇 차례 상담했으나, 병원 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병원 치료를 강제로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해야 자살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주 학생은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 '저기요, 저기요'라고 외쳤지만 구조의 손길이 닿기 전에 힘이 빠져 20층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아마 이 학생은 자살을 결심하기 전까지 수도 없이 '저기요'를 외쳤을 것이다. 작은 목소리였겠지만 주변에서 세심하게 챙겼다면 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가 이 학생을 위로할 방법은 작은 목소리라도 도움을 바라는 '저기요'만큼은 잘 들을 수 있도록 모든 귀를 열어 놓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고통을 겪는 다른 학생이 스스럼없이 모두가 다 들리는 큰 소리로 '저기요'를 외칠 수 있게 학교 환경도 바꿔야 한다. 더는 안타까운 '저기요'를 반복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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