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7)] 키스 자렛 (하)

"감상자 나이에 맞게 다양한 음악 들려줘"

허비 행콕, 칙 코리아와 함께 현대 재즈 피아노계의 거장으로 추앙받는 키스 자렛은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한 유럽 투어에서 평생의 동지 맨프레드 아이허를 만난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출신의 첼리스트이자 프로듀서였던 맨프레드 아이허는 일체의 상업성을 배제한 예술 지향적 음반을 제작하는 ECM 레코드를 1969년 설립한다. 빌리 홀리데이의 마지막 피아니스트였던 '맬 왈드론'의 음반을 제작하며 현대 재즈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던 맨프레드 아이허는 키스 자렛이 독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앨범 제작을 제의한다. 단 3시간 만에 녹음된 앨범'Facing You' 공개 후 이어지는 투어와 앨범 작업은 예상과 달리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특히 악조건 속에서 녹음된 '쾰른 콘서트'와 무려 3장으로 구성된 '키스 자렛 솔로콘서트'는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으며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의 하나로 자리한다.

키스 자렛의 활동은 대개 4가지 정도의 특징적인 유형으로 구분된다. 먼저 기존 재즈의 틀을 깬 피아노 솔로 활동은 재즈가 가지는 즉흥성이라는 어법을 최대한 구현한다. 최소한의 영감만으로 연주되는 피아노 솔로 시기 앨범 가운데 콘서트 레코딩 앨범은 전 세계에 교조적인 키스 자렛 마니아를 만들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이어지는 4중주 활동은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과의 조우가 흥미롭다. 이 시기 공개된 'My Song'은 재즈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필청을 권하는 앨범이다.

1980년대 들어 키스 자렛은 트리오 활동에 전념한다. 앨범에 피아니스트로 참여한 인연으로 만난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과 60년대 '찰스 로이드 콰르텟'에서 함께 활동했던 드러머 '잭 디조넷'의 구성은 재즈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노 트리오의 하나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시기는 가장 많은 스튜디오와 공연 실황 앨범을 공개한 시기인데 1983년 녹음된 스튜디오 앨범 'Standards vol.1, vol2'의 인기로 '스탠더드 트리오'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이다. 1984년 에스토니아 출신 현대음악가 아르보 패르테(Arvo Part)의 연주를 시작으로 바흐와 헨델, 쇼스타코비치, 모차르트에 이르는 앨범을 공개한다.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을 재해석한 클래식 활동은 재즈 활동 시기 보여주는 기행적인 모습을 배제한 음악을 들려준다.

키스 자렛의 연주는 감상자의 연륜에 따라 새롭게 다가온다.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답습하고 즉흥 연주라는 재즈 이디엄으로 재해석한 연주는 현대 재즈 미학 자체이기 때문이다. 예술 지향적이면서 가장 많은 재즈 앨범을 판매한 아티스트. 입문자가 들어야 할 필청 앨범부터 마니아라면 꼭 소장해야 할 앨범리스트를 제공해 주는 아티스트. 이런 위대한 아티스트와 동시대에 살며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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