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로 흥행몰이 배우 유다인

'혜화, 동'으로 떠서 '보통의 연애'로 존재감 "이젠 날아올라야죠"

지난해 2월 개봉한 영화 '혜화, 동'은 유다인(28)이라는 배우를 재발견시켰다. 2005년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데뷔한 그였지만 아직 대중에 이렇다 할 만큼 자신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혜화, 동'에서는 스물셋 미혼모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제대로 연기해 호평받았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에서 신인여우상을 받기도 했다. 1만 명이 넘게 이 영화를 봤고, 독립영화로서 엄청난 수확을 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건 의미가 없다. 유다인의 연기를 많이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MBC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상대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4부작 '보통의 연애'를 통해서 관객을 즐겁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살해한 남자의 친동생을 사랑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는 마니아층을 형성시켰다. 그는 연우진과 함께 '보통의 연애'가 절대 '땜빵 드라마'가 아님을 보여줬다.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에서는 진지한 국정원 요원으로 빛을 냈다. 특유의 매력으로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배우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겸손한 건지 유다인은 "감독님들을 너무 잘 만났다"고 했다. '혜화, 동'과 '보통의 연애'에서 보여준 연기를 칭찬하니 "내가 이렇게 연기를 못하는지 몰랐다"는 답이 돌아온다.

"'보통의 연애' 2회 방송을 보고 잠이 안 왔어요. 제가 너무 연기를 못하는 거예요. 이렇게 못하는지 몰랐어요. 상대역인 연우진 씨는 너무 잘하더라고요. 표현 조절을 다 하던데 저는 그 상황이 느껴져야만 표현을 했거든요. 스태프한테 눈치도 보이고 괜히 주눅이 들기도 했죠. 연기 테크닉을 다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유다인은 '보통의 연애'를 멋지게 끝냈다. 팬들은 드라마 DVD를 소장하고 싶다고 제작사에 요청했고 받아들여졌다. 유다인은 "너무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보통의 연애'와 '혜화, 동' '시체가 돌아왔다'를 통해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고 좋아했다.

연기할 때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게 장단점인지 알게 해준 것이 큰 수확이다. 그는 "예전에는 단순히 연기를 했다. 울라면 울고, 기분이 좋은 신이라고 하면 그냥 웃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젠 보이는 게 많고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책임감도 생겼다"고 웃었다.

앞서 두 편의 작품이 정적이라면 '시체가 돌아왔다'는 동적이다. 유다인은 각기 다른 목적으로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 틈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포로가 돼 묶여 있어야 했고, 커다란 장롱을 메고 탈출을 시도했다. 자루에 갇혀서 이동했을 때는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멍이 들기 일쑤였다. 유다인은 진지하고 진중하게 상황 연기를 펼쳐 극을 더 재밌게 만들었다. 코믹한 상황인데 진지하게 연기하면 더 웃기는법이다.

유다인은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회상했다. "엄청나게 더운 여름에 찍어서 힘들었죠. 또 포로로 있을 때는 어떤 틈도 없이 묶여 너무 아팠어요. 느슨해지면 몸의 움직임이 다 보여서 어쩔 수 없었죠.(웃음) 액션 연기도 했는데 이건 재밌었어요. 거의 마지막 장면은 지자 야닌(태국의 액션스타)이 된 것처럼 연기했는데 편집이 됐더라고요. 저는 잘한 것 같은데 감독님은 무용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전작들에서는 대사 톤이 낮았다. 표정과 감정처리가 중요했다. 어두운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조금은 밝은 코미디 '시체가 돌아왔다'를 선택한 걸까. 그는 "'혜화, 동'을 하고 나서 주변에서 '밝은 것을 해봐야 하지 않겠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때 우선호 감독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거든요? 처음엔 의아했죠. 읽어보고 '재밌을 것 같은데 자신은 없다'고 솔직히 말했어요. 그래도 하고 싶다고는 했죠.(웃음) 제가 한다고 했을 때 반대도 많았대요. 분량이 꽤 많은 역할인데 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영화 나온 것을 보고 감독님이 후회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유다인은 학창시절 길거리 캐스팅을 몇 번 받고 연예계에 관심이 생겼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연기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연극영화과에도 들어갔고 드라마와 영화에 잇따라 출연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혜화, 동'의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혜화, 동을 잘 봤다"며 '보통의 연애'의 PD와 '시체가 돌아왔다'의 감독이 연락을 해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고 수백 번 떨어졌는데 이제는 벌써 20편이 넘게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섭외 쇄도'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다.

"매번 오디션을 보러 가면 떨어졌어요. 100번도 넘을 거예요. 전 어떤 특정한 이미지가 있지 않아요. 또 귀엽거나 청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섹시한 것도 아니고요. 그런 말 들으면 주눅도 들었죠. 또 제가 좀 더 잘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붙어서 한편으로는 좌절도 했어요. 그래도 막연하게 '언젠가는 내가 가진 장점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연기했죠."(웃음)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진짜 같아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하지만 "배우 생활을 하며 바쁘더라도 나를 잃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물질 같은 것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않고 내가 목표한 것들을 잘 이뤄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조만간 또 만날 수 있어 기뻐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SBS 주말드라마 '맛있는 인생'과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를 통해 시청자와 관객을 또 한 번 즐겁게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행히 요즘 골고루 작품 출연 요청이 들어온다"고 행복해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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