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들은 빛바랜 앨범 속 추억으로 남아있다. 우리와 함께해 온 풍경들은 사라진 것들이 많다. 연인을 기다리던 음악다방, 방송시간에 맞춰 몰려들던 동네 만화방, 많은 학생이 오가던 삼덕동 학원들…. 이젠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다.
◆30년 역사의 만물상
유럽에서는 오래된 물건이 더 가치를 인정받는 풍속이 있다. 오래된 물품은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어 묘한 향수와 자극을 느낄 수 있다. 대구역에서 칠성시장 가는 뒷골목 중간쯤 가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어디에선가 흘러나오는 라디오 노랫소리를 따라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이 있다. 손때 묻은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추억의 만물상'이다. 일종의 생활박물관이다. 모든 물건이 마치 고물 같지만, 눈길을 사로잡고 기웃거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물건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만물상 주인 배영식(69) 씨는 주변에서 유명인사(?)다. 이곳에 터를 잡고 30년 동안 한결같이 '추억의 만물상'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모아 온 낡은 물건들의 규모는 산더미다. 요즘도 매일매일 쌓아간다. 팔리는 것보다 사 모으는 물건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TV, 라디오 등 중고 가전제품부터 미술품, 살림도구, 불교용품, 카메라, 고장 난 각종 악기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배 씨의 만물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 6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배 씨는 20대에 방천시장에서 손수레로 고물장사를 시작한 것이 평생직업이 돼 버렸다고 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옛 물건 속에서 보물 찾기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물건은 대부분 3만~5만원 수준이다.
배 씨는 "잘 고르면 보물"이라며 보는 수준에 따라 귀한 골동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이곳은 엄연한 배 씨의 직장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해지면 퇴근한다. 워낙 많은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이제 더 이상 둘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래서 그는 온종일 물건 정리를 하면서 잠시도 쉬지 않는다.
"큰 돈벌이는 안 되지만, 세월의 흔적을 내 손에 느껴보는 일이 좋아서 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100년 전 대구를 만나다
대구근대역사관에서는 지난달부터 '근대 한국의 명소와 경관전'이 열리고 있다. 7월 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일제강점기인 100년 전 전국 주요 도시의 건축물과 당시의 문화유적, 관광명소 등을 살펴볼 귀중한 기회다. 당시 실물 사진엽서 50점과 패널 사진 120점, 여행지도 2점, 사진기 1점 등을 보면서 추억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건설된 대구역의 고풍스러운 모습과 광장 모습이 담긴 사진도 눈에 띈다. 경부선 개통 당시와 대구 신천철교를 지나는 열차와 주변 동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계산성당도 지금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첨탑을 증축하기 전의 성당 모습과 기와로 된 사제관, 주변 초가집들을 보면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다. 그 당시 대구 최고의 번화가인 미나카이 백화점 주변과 북성로의 옛 모습도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서울 숭례문, 창덕궁 후원의 모습과 함께 경주 불국사의 모습, 진주 촉석루, 수원 화성 팔달문 등의 모습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오전 9시~오후 9시)까지다. 단,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053)606-6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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