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상을 꿈꾸다, 대구문화재단 선정 신진예술가들] 4)시각

건축·디자인 접목-돌 통한 자아성찰-집이 생명줄이다

정재훈
정재훈
김봉수
김봉수
장하윤 올해 대구문화재단 신진예술가 지원 사업에 시각 부문 조각가 김봉수, 정재훈과 서양화가 장하윤이 선발됐다.
장하윤 올해 대구문화재단 신진예술가 지원 사업에 시각 부문 조각가 김봉수, 정재훈과 서양화가 장하윤이 선발됐다.

올해 대구문화재단 신진예술가 지원 사업에 시각 부문 조각가 김봉수, 정재훈과 서양화가 장하윤이 선발됐다. 20여 명의 응모자 가운데 이들 세 명의 작가는 작업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술대학 졸업생조차 전업화가로 나서는 확률은 5%도 채 안 된다. 그나마 끝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 세 명은 이미 전업작가로 출사표를 던졌고, 신진예술가 지원을 받게 되는 올 한 해는 작가로서 큰 의미를 가진 해다. 세 명의 젊은 작가를 만났다.

젊은 작가들이 받게 되는 한 달 80만원. 이 금액은 젊은 작가들에게 큰 의미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작품을 하려면 비용이 들지요. 그 비용을 벌려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번 공모에 응모했지요."

조각가 정재훈 씨가 한 해 판매하는 작품은 1, 2점. 그것이 곧 연봉인 셈이다.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 아직 젊은 작가이기 때문에 작품을 판매해도 딱 재료비만큼만 나온다.

정 씨는 나사, 스크루 등 전기설비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들로 조형성을 만들어낸다. 모든 곳에 다 쓰이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재료들은 그의 손을 거치면 아름답고 독특한 조형물로 거듭난다. 건축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정 씨는 건축과 디자인, 조각의 장르를 하나로 보여준다.

"학교에선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졸업하고 첫 개인전을 열자 반응은 아주 냉랭했지요. 그 후로 작업태도가 바뀌었어요. 겸손하고 꾸준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서양화가 장하윤 씨는 집 관련 소재를 꾸준히 다뤄왔다. 빈 공간에 창문을 오브제로 설치하는가 하면 커피잔, 의자 등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처음부터 전업작가를 꿈꾸었던 건 아니에요. 갤러리에서 일 년 일을 해봤는데, 다른 작가의 뒷바라지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더군요. 그래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했어요." 장 씨 역시 첫 개인전에서 가혹한 평가를 받았다. 한 평론가는 그에게 '무의미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 말은 그에게 큰 상처로 남았고, 그 상처는 그에게 좋은 작업 동력이 되고 있다. 매 순간 무의미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장 씨는 1년간 가창창작스튜디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레지던시가 끝나니 생명줄이 끊기는 기분이었어요. 그곳에서 나올 때는 더욱 결연한 전투를 치르는 기분이었죠. 이번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것이 끝난 후에도 아무도 불러주는 곳이 없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그런가 하면 조각가 김봉수는 박사 학위 이수 중이다. 하지만 그가 학교를 다시 찾은 것은 작업실이 여의치 않아서다. 돌을 주로 다루는 김 씨에게 작업실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먼지와 기계 소음이 많기 때문이다. 돌을 소재로 조각을 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그 매력을 버릴 수 없게 됐다. 돌의 색감과 질감, 터치감에 매혹됐다.

그는 현재 '피노키오'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미술시장의 트렌드에 휘둘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요. 이러다가 주체가 없는 조각가가 되지나 않을까,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자신 없는 이 자체를 보여주기로 했어요."

그는 돌을 통해 진지한 자아성찰을 한다. 스테인리스, 동 같은 재료는 거울처럼 만들어 관람객들조차 성찰하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멘토링이 있어 참 좋아요. 이 프로그램은 한 평론가가 한 해 동안 내 작업을 지켜봐 준다는 것, 그 자체가 힘이 되지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요."

2007년, 미술 열풍이 불자 아이디어를 무기로 한 젊은 작가들이 반짝 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지금, 진지하게 작업하는 사람만이 남았다.

'반짝 뜨는 것'보다 '붓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 치열하게 살아가는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의 소망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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