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범죄 눈감고 뇌물 챙기고, 경찰 어디까지 갈 건가

경찰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범죄 사실을 눈감아주고 금품을 받는가 하면 업소 상납금을 분배금이라며 나눠 쓰고, 딸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불법으로 개인 정보를 뒤지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함바 비리나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전현직 경찰 수뇌부가 쇠고랑을 차는 등 도덕성이 바닥까지 추락한 것을 보고도 여전히 경찰관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어 도대체 경찰인지 범죄 조직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다.

'룸살롱 황제' 사건은 경찰 조직 내 비리'부패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룸살롱 황제로 불리는 이경백(구속) 씨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겨온 서울'경기 지역 경찰관 7명이 최근 잇따라 법의 심판대에 섰다. 이 씨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구대 경찰관 50여 명이 유흥업소로부터 수십억 원을 상납받아 나눠 썼다는 진술까지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어저께 지역 경찰청의 한 고급 간부가 마약 투약 사실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은 더욱 놀랄 일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 신분을 망각하고 범죄자와의 검은 커넥션에 연루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또 부산에서는 청첩장을 보내려고 2천600명의 개인 정보를 불법적으로 뒤진 간부 경찰이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공무에만 이용해야 할 경찰 전산 조회를 사적으로 쓴 것도 지탄받을 일인데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징계 처분 취소 소송까지 냈다니 아무리 국민을 우롱해도 이럴 수는 없다.

어느 누구도 공직자가 성인군자가 되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직무에 관한 한 모범이 될 만한 준법성과 청렴성을 바라는 것이다. 비리 경찰은 철저히 솎아내야 한다. 묵묵히 제 직무를 다하는 수많은 경찰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가만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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