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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대구스타디움 나들이 생각만해도 끔찍"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는 4곳의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모두 남녀 구분이 돼 있지 않고, 출입구가 자동문으로 돼 있지 않아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는 4곳의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모두 남녀 구분이 돼 있지 않고, 출입구가 자동문으로 돼 있지 않아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체장애인 지모(39) 씨에게 대구스타디움은 가깝고도 먼 나들이 장소다. 집에서 멀지 않아 운동이나 쇼핑을 하기에 좋지만 장애인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부닥치는 벽은 대중교통이다. 매표소 건너편 버스정류소로 가려면 지하보도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지만 진입구 인도의 경사가 가팔라 사고 위험이 적잖다. 그나마 안전한 횡단보도를 이용하려면 200m 이상 돌아가야 한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 관람을 하려 해도 불편이 크다. 쇼핑몰이 있는 서편 주차장은 사정이 낫지만 동편 주차장은 장애인용 주차면과 전용 출입구가 멀리 떨어져 있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지 씨는 "주차장에서 매표소나 장애인 전용 스타디움 출입구(6번 게이트)로 가려면 200~300m 휠체어를 끌어야 한다"며 "대구스타디움은 관중이 7분 이내로 퇴장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짜고 3천500여 대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했다고 하지만 장애인과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대구스타디움, 두류공원 등 도심공원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2013년 장애인 전국체전이 대구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손님을 맞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셈이다.

지역의 지체장애인들은 접근하기 가장 힘든 공공시설로 대구스타디움을 꼽았다. 주차장이 멀고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게 이유다. 공공시설에는 남녀가 구분된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해야 하지만 대구스타디움 바깥 화장실 4곳은 남녀 구분이 없다. 더구나 출입문도 손잡이를 돌려서 여닫는 무거운 문이어서 근력이 약한 지체장애인에겐 벅차다.

19일 이곳에서 만난 지체장애인 김모(35'여) 씨는 "화장실에 남성 장애인이나 다른 이용자가 들어올까 불안해 볼일이 급해도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외국인까지 많이 드나드는 공공시설이 이렇게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달서구 두류공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로에서 떨어진 시설에 접근하려 해도 곳곳에 턱이 있고 장애인 화장실도 남녀가 구분돼 있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한 지체장애인은 "고지대에 있는 시설물이나 녹지대로 가려면 진입로마다 턱이 있는데다 도로 사정이 나빠 전동휠체어도 접근하기 힘들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잘못 설치된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에게 방해물이 되고, 비장애인들도 불편을 겪기 때문에 설치 기준을 빠짐없이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향후 관련 장애인 시설물에 대해 실태 조사를 거쳐 점검 및 보완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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