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제도는 여전히 아날로그로 변하니 사회 고질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영주의 한 중학생 자살 사건을 놓고 그동안 추진해 온 교육행정과 청소년 선도 행정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실제 교육현장의 현실은 빛좋은 개살구였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어디 하나 재대로 된 구석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영주경찰서가 전개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1만학생 서명운동'은 숨진 A군이 자필 서명까지 했지만 학교폭력 피해자가 됐고, 정작 괴롭힘을 주도한 B군은 서명운동이 꼭 필요한 대상이었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이 행사는 영주경찰서가 교사, 초'중'고교생으로 구성된 '또래 폴리스'와 자율방범대 등과 함께 이달 12일부터 영주지역 학교를 돌며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펴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캠페인 행사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한 중학생의 싸늘한 주검으로 되돌아 왔다.
교육당국 역시 상부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이 학교는 생활지도실 안에 임시로 상담실을 두고 있었을 뿐, 전문적인 상담과 지도를 할 수 있는 Wee클래스를 설치하지 않았다. 또 이달 1일 전문상담사가 배치되기전까지 학생상담을 담임교사가 전담하는 등 전반적인 학생 상담 시스템이 재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그 뿐 아니다. 지난해 교육당국이 실시한 심리검사에서 숨진 A군은'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해당 학교로부터 별다른 관리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또래 폭력으로 A군이 괴로워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뒤 늦게 관계당국은 장미빛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뭘 필요로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국 학교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무서운 아이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기 전에 빛의 속도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누를 범하지 마라.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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