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리포트 말 한마디에 업계가 벌벌 떤다.'
등산 마니아 이용진(45) 씨는 지난달 등산화를 구입했다. 하지만 등산화를 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등산화를 비교한 K-컨슈머리포트 1호가 나왔다. 이 씨가 구입한 등산화는 비교 대상 중 하위권에 속했다. 이 씨는 "진작 알았더라면 분명히 상위권에 랭크된 제품을 구입했을 것"이라며 "다른 물건을 살 때도 컨슈머리포트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K-컨슈머리포트의 위력이 제조'유통'금융 등 업계를 벌벌 떨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컨슈머리포트의 상품 평가를 서비스나 제품 구매 시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은 업체들은 매출이 크게 늘고, 그 반대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컨슈머리포트의 파급력
K-컨슈머리포트 1호는 지난달 22일 K2'코오롱'노스페이스'블랙야크'트렉스타 등 5개 등산화 브랜드의 일반용과 둘레길용 제품 총 10개를 대상으로 한 품질비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가격, 무게, 내마모성 등을 평가했고 이 중 코오롱스포츠의 '페더'와 블랙야크의 '레온'이 추천 상품으로 선정됐다. 해당 제품들은 보고서가 공개된 1, 2주간 전주 대비 2, 3배가량 판매량이 늘어났다. 업체들도 해당 제품을 '컨슈머리포트 추천 등산화'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2호가 다룬 변액연금보험은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K-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들이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했던 변액연금보험이 납입 보험료 대비 연간 수익률이 1.5%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전체 조사대상 60개 가운데 6개 상품만이 물가 상승률을 간신히 웃도는 수익률을 보였다.
해당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생명보험 업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고객들의 해약 문의 등 민원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 순위를 기록한 한 생보사의 경우 변액보험 신규 계약이 30% 이상 급감했다.
K-컨슈머리포트가 게재되는 스마트컨슈머는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버의 용량을 2배로 증설하기도 했다.
◆과연 믿을 만한가
컨슈머리포트의 위력만큼 비교 정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등산화 품질 비교에 대해서는 실험 브랜드와 제품 수가 적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원은 브랜드 선정기준을 '청계산'북한산'수락산'관악산 등반객 924명이 착용한 상위 브랜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내용은 소비자원의 조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 경제지에 게재된 기사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대형업체를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에 실제로 훌륭한 제품을 내는 중소 브랜드들은 비교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브랜드별 비교 제품도 각 브랜드에 대표 제품을 추천받았다고 들었는데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K-컨슈머리포트 제작을 맡고 있는 한국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등산화 조사의 인력은 10명 정도였고, 예산은 4천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보고서도 비교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완제품인 등산화와 달리 변액보험을 수익률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생명보험협회는 11일 금융위원회에 해당 보고서에 대한 '자료 게재 중단 조치'를 요구한 상태다.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과 달라 보험계약자에게 혼란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조치도 함께 요청했다.
◆파급력만큼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K-컨슈머리포트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자는 것이 K-컨슈머리포트가 생겨난 배경인 만큼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
무료로 운영되는 K-컨슈머리포트에는 한계가 있다. 휴가를 떠난 애플의 전 CEO 고 스티브 잡스를 돌아오게 만든 위력의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600여 명의 직원에 연간 시험예산이 200억원에 달하고, 리서치 연구센터도 따로 두고 있다.
K-컨슈머리포트의 올해 예산은 9억7천만원으로 책정돼 있고, 등산화 비교에 4천만원을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우후죽순으로 내놓은 상품비교 정보는 사실상 일회성에 불과해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지만 K-컨슈머리포트의 파급력은 상당하다"며 "시험 기준 이나 비교 대상 선정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과 예산 확보 등으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컨슈머리포트는 향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해 언제 어디서든 소비자가 원할 때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