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미술대 학생들이 뭉쳐 대구 시민들을 상대로 '움직이는 미술 전시회'를 열고 있어 화제다. 학교 작업실과 전용 전시관 등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거리로 뛰쳐나온 젊은이들은 '소통하는 미술'을 외치며 시민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고 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박준창(27'영남대 한국회화과 졸업) 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박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 'YAAF'(Young Artist Art Festival)에서 작품을 들고 길거리로 돌아다니는 움직이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
YAAF는 영남대와 계명대, 경북대 등 지역 7개 대학 미대생 20여 명이 모여 지난해 만든 비영리단체로, '미술은 어렵다'는 대구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박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때 동성로에서 길거리 전시회를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해는 시민들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체험 부스도 마련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YAAF의 모태가 된 것은 2010년 3월 열린 '야(YA) 놀자'라는 전시회다. 당시 대구경북 지역 미대생 170여 명이 뭉쳐 동성로의 삼덕맨션을 통째로 빌려 '예술 난장'이라는 주제로 한 달간 전시회를 열었다. 입장료도 없었고 동성로 찾는 시민 모두가 그들의 관람객이었다. 박 씨는 "일반인들은 대부분 '미술 감상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 '고상한 취미'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근사한 전용 전시관 대신 시내에 있는 폐허가 된 건물을 전시 장소로 택한 것은 미술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안한 예술임을 말해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 뒤 동성로는 YAAF의 주 작업공간이 됐다. 지난해 12월 24일, 직접 그린 그림과 작품을 들고 거리를 걷는 제1회 '무빙 갤러리'를 기획했다.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트리, 북극곰 그림 등 직접 만든 작품을 들고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축제 같은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달에는 2'28기념중앙공원 맞은편의 한 카페에서 무료로 공간을 내줘 한 달간 'YAAF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두 번째 무빙 갤러리는 22일 오후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 광장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기획단은 시민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려고 이번 작품의 재료도 일상에서 구했다.
YAAF 회원인 김을(22'여'대구예술대 서양화과 3학년) 씨는 "비싼 캔버스 대신 동네에서 주운 나무판자 위에 서양화를 그려서 보여줄 것"이라며 "주변에 버려진 모든 것이 작품의 재료가 될 수 있으며 미술은 결코 고상하고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많다. YAAF는 올 여름방학에는 경북 지역 시골을 찾아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는 벽화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또 소파와 장롱 등 생활 쓰레기를 활용해 자원 재활용을 주제로 '쓰레기 예술'(Trash Art) 작업도 펼칠 예정이다.
입체미술을 전공하는 이호탁(25'영남대 미술학부) 씨는 "우리는 대학생들의 패기와 열정을 무기로 미술을 쉽게 풀이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만약 우리 작품을 보고 미술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이라도 사라진다면 YAAF의 목표는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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